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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코호트 격리 끝낸 을지대병원 홍민정 수간호사 일기 공개




【대전=뉴시스】이시우 기자 = "하루만 더 버티면 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23일까지 코호트 격리돼 온 을지대학병원 중환자실 홍민정(40·여) 수간호사의 일기에는 2주라는 격리 기간 동안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을지대병원은 지난 23일 병원 내에서 환자와 보호자 55명, 의료진과 직원 등 47명이 2주간의 코호트 격리를 끝내며 이 기간동안 중환자실을 지킨 수간호사의 일기를 24일 공개했다.

홍민정 수간호사는 지난 1997년에 을지대병원에 입사해 14년 동안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베테랑'으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자 2주 동안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의료진의 건강을 챙겨야 했다.

홍 간호사의 일기는 갑작스런 메르스 확진자 발생에 따른 안타까움으로 시작한다.

그는 일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의 끈을 꽉 쥐고 있었지만 설마 싶었다. 가뜩이나 마른 몸에 힘든 나날을 보내던 우리 환자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환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적었다.

이어 돌발 상황에 갑자기 격리실에 투입돼야 했던 동료 의료진들에게 "정말 천사들이 도왔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인사도 못한 채 언론을 통해 격리 사실을 전해듣고 걱정하는 가족들 생각에 "동료 간호사들이 하나 둘씩 모여 함께 붙잡고 울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련은 더욱 거세졌다. 격리 3일째, 사망자가 발생하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가족들마저 임종은 물론 장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홍 간호사는 "내가 많이 울먹거렸나보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죄송하다는 말 밖에 전할 수 없어 더욱 속상했다"며 그 가족 못지 않게 안타까워 했다.

특히 일주일이 지나도록 격리돼 아내의 임종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남편의 전화는 홍 간호사는 물론 동료 간호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남편이 ○○엄마에게 전합니다'로 시작된 편지의 내용은 처음 이를 받아 적던 막내 선생님부터 울렸다. 그리고 남편분의 편지를 끝으로 두 자녀분의 편지도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 줄 것과 편지를 부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가족 이야기' 로 느껴졌다"고 썼다.

그는 이어 "처음으로 내 부모님의 마지막을 보내듯이 펑펑 울었다. 편지의 내용이 중환자실 안을 가득 채우던 순간 우리는 눈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홍 간호사는 슬픔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또 돌봐야할 환자와 보호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의 아픔이 없길 바라며 또 바삐 뛰었다. 무거운 방호복과 마스크로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프면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게 쉬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쉬는 시간이면 창밖의 움직이는 것들을 확인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다시금 현재로 돌아왔다. 서로의 지친 안색을 보며 웃어주고 격려했다. 내 앞의 동료 몸이 내 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기에는 격리를 힘들어 하는 환자와 그들 못지 않게 힘든 몸으로도 환자를 돌봐야하는 간호사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격리를 납득하지 못하고 나가겠다며 소란을 일으키던 한 환자분의 손에 맞아 A쌤의 고글이 움직이며 눈을 크게 다쳤다.…바깥공기조차 쐴 수 없게 하니 속상하신 마음은 이해됐다"고 썼다.

또 "신혼 1달차인 B쌤, 결혼을 앞두고 웨딩촬영과 모든 것을 연기시킨 C쌤, 학교수업도 가지 못가는 D쌤,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아이들과 영상 통화하던 E쌤" 등 저마다 안타까운 사정을 간직한 채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담겨 있다.

하루하루를 버텨오며 격리 해제를 앞둔 날, 몸은 지쳐있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마지막 힘을 냈다.
"몸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지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선생님들까지 동요될까봐 내색하지 못했다. 식욕이 떨어져 식사량은 줄었는데 몸은 부은 느낌이다"면서도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그새 힘이 났다"고 했다.

끝으로는 환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잊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기원했다.
"긴 시간동안 가족들과 면회조차 금지되었던 환자분들에게 먼저 나가게 되어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버텨주신 것처럼 힘내서 다시 시작된 면회 날 누구보다 행복하시길 바란다."

홍민정 수간호사는 또 "우리는 MERS 발생시점부터 종료까지의 절차와 관리방법을 경험하였고 어디도 하지 못한 MERS 2차 감염을 막은 최고의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며 "2주동안 어렵고 외로운 격리기간을 잘 참아주던 환자와 협력 직원 등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issu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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