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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 프랑스 남부 미식 투어 ⑥
유럽 최고의 여성 셰프, 앤 소피 픽





















프랑스 남부의 미식 투어를 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셰프가 있다. 메종 픽(Maison Pic)을 운영하고 있는 앤 소피 픽(Anne-Sophie Pic)이다. 소피는 스페인 산베스티안 ‘아르작(Arzak)’레스토랑의 후안 매리 아르작(Juan Mari Arzak), 스페인 베르셀로나 북부 ‘산 파우(Sant Pau)의 카르메 루스카에다(Carme Ruscalleda)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혹은 세계를 대표하는 3대 여성 셰프이다.
 

메종 픽을 지켜온 3대의 쉐프들.
메종 픽은 그동안 거쳐 온 리옹의 폴보큐즈, 루앙의 투르와그로, 라귀올의 브라 등과 함께 가족이 대를 운영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레스토랑의 하나이기도 하다. 프랑스 미식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곳임은 물론이다. 메종 픽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리옹에서 남쪽으로 100km, 약 1시간 정도 떨어져있는 발랑스(Valence)이다.
 
레스토랑과 호텔은 1889년 소피의 증조할아버지, 할머니인 유진과 소피 픽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의 이름은 메종 픽은 아니었다. 처음 미슐랭 3스타를 받은 것은 놀랍게도 1934년. 이때 레스토랑의 메인 셰프는 유진의 아들이자 소피의 할아버지인 안드레 픽이었다. 이후 레스토랑은 안드레의 아들, 즉 손자로 이어지며 운영되어 갔으나 레스토랑의 평가가 항상 최고였던 것은 아니었다. 한 때 미슐랭 평가는 별 1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소피가 오빠로 부터 레스토랑을 물려받은 것이 1997년, 그리고 2007년 다시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
 
소피가 받은 3스타는, 미슐랭 스타가 하늘의 별처럼 많다는 프랑스에서도 여성 셰프로서는 놀라운 성과였다. 현재까지도 프랑스에는 소피 외에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여성 셰프가 없다. 게다가 소피는 스위스 로잔의 보 리바쥐 호텔(Beau Rivage Palace Hotel) 레스토랑에서 2개의 미슐랭 스타, 파리의 지점인 라 담 드 픽(La Dame de Pic)에서 1개의 스타를 더 받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여성 셰프가 받은 가장 많은 수의 미슐랭 스타가 아닌가 생각된다.
 
메종 픽에는 4대에 걸친 오랜 가족의 역사가 구석구석 엿보인다. 소피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로비 공간에 보여지는 것은 소피와 아버지, 할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1900년부터 현재까지 메종 픽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100년 이상 된 수많은 『미슐랭 가이드』 북들이다. 이 레스토랑이 갖고 있는 역사와 가족에 대한 자부심이 진하게 엿보인다.
 
호텔과 레스토랑은 현대적인지만 안락하게 꾸며져 있다. 부유한 상인의 오래된 대저택을 개조했다고 하는데 남부 프랑스의 여유가 느끼지는 잘 손질된 정원과 베란다, 커다란 창문 등이 인상적이다.



 
특히 레스토랑은 실내 분위기에서부터 이곳의 오너가 여성이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진하지 않은 핑크를 메인 컬러로 블랙과 크리스탈, 그레이와 화이트를 화려하고 우아하게 배치했다. 점심식사 시간에도 샹들리에 조명을 받으며 디너와 같은 기분으로 제대로 된 정찬을 즐길 수 있다. 클래식을 기본으로 정교하며 세련되게 현대적인 터치를 더한 음식은 그 컬러와 풍미의 선택부터 로맨틱하다. 여성스러움은 메종 픽 최고의 장점이자 혹은 단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을 특징짓는 중요한 주제이다.
 

오랑주 고대극장 전경.
식사가 끝난 후에는 레스토랑에서 엄선하여 만들고 디자인한 메종 픽 만의 라귀올 나이프 셋트도 구입할 수 있다. 라귀올 나이프 자체의 가격이 높은데다 레스토랑의 이름과 디자인이 더해져 그 가격은 절대 만만치 않다. 하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프랑스 미식의 상징물 같은 기념품을 원한다면 한번쯤 구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메종 픽 외에도 트로아그로나 브라 등 라귀올에서 멀지않은 많은 레스토랑들에서 자신들의 나이프 셋트를 판매하고 있다.
 
발랑스에는 메종 픽 이외에는 인기있는 관광지가 없다. 가는 길이 너무 무료하다면 주변의 오랑주(Orange)나 비엔(Vienne)이 있다. 모두 대규모 로마 유적이 남아있는 도시들이다. 특히 오랑주에는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만든 고대극장이 있다. 2000년 이상의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된 곳도 많지만 황제의 동상을 비롯, 극장의 모습이 상당 부분 잘 유지되고 있는 아름다운 극장이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야외 오페라와 콘서트도 공연된다. 올 여름 오페라 공연은 카르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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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