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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없는 정상화는 불가능”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없는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며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유명환(70) 전 외교부 장관(현재 한·일포럼 회장)은 23일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복원력이 작동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 이제 남은 건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해 축사를 한 데 대해 “한·일 관계가 바닥을 쳤다”며 반가워했다. 주일대사(2007~2008년)를 지낸 그는 이홍구 전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79) 전 일본 총리 등 한국과 일본의 원로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만든 ‘한·일 현인회의’의 멤버다. 다음은 일문일답.

 - 두 정상이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했는데.

 “더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질지 모른다는 인식이 한·일 모두에서 공유됐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

 -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정상회담 없는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정상회담 개최는 당위(當爲)의 문제다. 정상회담을 가능성으로 논의하는 건 너무 한가한 접근이다. 한국이 과거사를 문제로 정상회담을 안 하는 것은 논리와 이유 모두 맞지만 지금은 큰 안목으로 봐야 한다.”

 -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만나야 한다는 건가.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빨리 하고 싶어도 전 정권부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크게 부각됐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서로 인식이 판이한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곧바로 논의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났다. 위안부 문제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진전이 없는 건 문제가 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 마음 편하게 논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는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상회담을 하기에는 여론의 부담도 있다.

 “두 정치 지도자들이 향후 한·일 관계를 위해 일부 여론이 반대해도 밀고 나가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어떤 타협안이 나와도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끌려가 아무것도 못하는 건 정치 지도자들이 국익을 위해 할 일은 아니다. ”

 - 현인회의를 하며 두 정상을 모두 만나봤는데.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본인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못하고 있다. 현인회의가 한 일은 두 정상이 관계 개선을 위한 결단을 할 수 있도록 명분을 드린 것이다.”

 - 정상회담은 언제가 좋은가.

 “한국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주최국으로 손님을 맞았을 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 중국도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하며 중·일 정상회담을 했다. 올 하반기 유엔 총회, APEC, G20 등 국제회의도 좋다.”

 - 한·일 관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아베 담화다. 아베 담화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도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 일본 우익들은 일본이 전쟁 피해자라는 피해의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아베 총리도 정치인으로서 지지 기반과 본인의 소신이 있다. 이걸 버리고 완전히 입장을 바꾸는 건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는 이야기다.”

 - 그동안 한·일 관계가 나빴던 원인은 뭔가.

 “시대가 변했는데 양국 모두 변화에 둔감했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겼다. 중국이 부상하며 일본은 위기감을 느낀다. 한·중이 가깝다 보니 일본은 한국이 중국 편만 든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세대가 변한 것도 원인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과거사 문제를 이야기하면 수긍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사를 피부로 체감하는 일본인은 드문데 한국이 계속 제기하니 쉽지 않다. ”

 - 앞으로 한·일 관계를 어떻게 끌어가야 하나.

 “역사에 묶여 미래를 위해 할 일을 못하는 건 잘못이다. 일본도 과거 역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한국도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지금의 일본을 인정해야 한다. ”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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