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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의식적 표절 … 징계 시스템 필요”

소설가 신경숙씨의 어정쩡한 표절 사과에 비판 여론이 거세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의 긴급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 왼쪽부터 조영선 변호사, 정원옥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문학평론가 이명원씨,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문학평론가 오창은씨. [신인섭 기자]

“신경숙씨 표절 사건은 한국 문학의 많은 문제점을 한꺼번에 폭파해 터뜨린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요악’이었고, 이번 표절 논란이 더 시끄러워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23일 오후 서울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의 긴급 토론회에 참가한 문학평론가 정은경(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씨의 발언 마지막 대목이다.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라는 토론회의 주제에 걸맞게 이날 행사장에서는 신씨 표절 논란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원인 진단과 해결 방안이 제시됐다.

 ◆문제는=토론회 참가자 중 문제가 된 신씨의 단편소설 ‘전설’이 표절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은 없었다. 발제자로 참가한 문학평론가 이명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씨는 “신씨의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의 유사성, 빈번한 문장 표절 양상 때문에 ‘의식적인 표절’로 간주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신경숙 문학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검토 를 봉쇄하고 상업주의와 타협해 결국 한국 문학을 ‘비평적 베팅’의 장소로 희화시킨 문학권력, 문학공동체라는 상징권력의 패권주의 탓이 크다”고 비판했다.

또 “치매 상태에서 집 나가 행적을 알 수 없는 건 신경숙 소설 속의 ‘엄마’가 아니라 오늘의 ‘한국 문학’”이라고 비판했다. 신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빗댄 표현이다.

 역시 발제자로 참가한 문학평론가 오창은(중앙대 교양학부 교수)씨는 “대형 출판사들이 연합해 ‘한국 대표작가’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결과가 ‘신경숙 신화’의 실체”라며 “문학은 대표적 상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학적 상징이 향유되는 감성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온당하다”며 이번 표절 사건의 이면에는 “비평의 무기력, 비평의 위기와 무능이 자리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시인 심보선(경희사이버대 교수)씨는 “출판사에 속한 문예지의 편집위원들인 평론가들이 작품의 상업성을 문학성으로 번역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판사의 이윤 지상주의가 문학 지상주의로 이어져 결국 표절 작가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해법은=오창은씨는 “문학 윤리 위반 사건에 대한 내부 징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한국 문학의 존재 조건을 바꿔 놓는 문학사적 사건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원옥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도 “표절은 치명적인 범죄다. 징계 시스템,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명원씨는 “신씨가 최대한 정직하게 사죄해야 한다. 못한다면 창비가 명확하게 사태를 규정하고 독자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창비뿐 아니라 문학동네와 문학과지성사도 의혹이 제기된 신씨 소설의 표절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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