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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문제 제기, 맞겠다 생각” … 어정쩡 사과 역풍

여론의 역풍에 밀려 결국 다시 한 번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과는 분명 했지만 ‘사과 같지 않은 사과’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알쏭달쏭한 화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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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논란에 휩싸인 소설가 신경숙(52)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23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표절 의혹에 대한 입장·심경·수습책 등을 밝혔다. 그는 “문제가 된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내 소설)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라는 문제 제기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판사와 상의해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신씨는 표절 의혹이 불거진 다음날인 17일 “해당 작품(‘우국’)을 알지 못한다”며 표절 시비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석하기에 따라 표절 사실을 시인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신씨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트위터 등 인터넷 여론 공간에서는 신씨에게 호의적인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사람들은 특히 표절 여부에 대한 신씨의 입장 표명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merefaith’는 ‘자신의 기억력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자신의 과거를 구구절절 읊은 사과를 믿어주기 바라는 신경숙’이라는 글을 올렸다. 신씨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 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명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예전에 읽었던 다른 작가의 문장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실수였다는 식의 신씨 해명을 비판한 것이다.

 문단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중견 소설가 최인석씨는 “표절은 의식적인 행위인데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들린다. 사과는 했지만 썩 깨끗한 느낌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사무총장도 “국민 감정은 표절이라는 건데 너무 자기 해명에 치우친 사과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평론가 황종연씨는 “작가로서 모든 사회활동을 중지한다고 했으니 사실상 표절을 시인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출판사 창비는 이날부터 ‘전설’이 수록돼 있는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의 출고를 정지하고 시중 서점에 깔려 있는 분량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우국’이라는 작품을 아예 본 적도 없다고 한 신씨의 17일 해명은 일종의 자충수였다는 지적이 많다. 23일 인터뷰에서도 신씨는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읽고 베껴 쓴 결과라고 보는 여론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해서 신씨가 추가 해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표절 논란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견 소설가 A씨는 “신씨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대한민국 모든 문예창작과에서 베껴 쓰고도 표절에 걸리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평론가 김명인씨는 “신경숙은 주요 문예지가 하나같이 문학출판사 소속이다 보니 출판사에 이득을 안기는 스타 작가를 비판하지 못하는 한국 문단의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 낸 기형적인 산물”이라며 “비평과 문학출판 영역을 분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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