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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핫 플레이스’ 만든 춘천 할매·할배 바리스타

온누리 쉼터에 근무하는 노인 바리스타들이 고객이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22일 춘천시 온의동 온누리 쉼터 카페. 테이블에서는 60~70대 고객 10여 명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 감상하고 있다. 바리스타 명찰을 가슴에 단 이한자(71·여)씨 등 할머니 2명이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이씨는 “고급 원두로 만든 거라 향이 참 좋다”며 테이블에 놓았다. 이 커피숍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10명은 모두 60대 이상의 노년층이다. 이 가운데 8명이 할머니다.

 이들은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서 추진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얻었다. 노인복지관은 해마다 4~5명의 바리스타를 배출한다. 온누리 쉼터 카페도 춘천남부복지관이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젊은 시절 커피에 대한 추억이 떠올라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씨는 “1960~70년대 학창시절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던 음악다방을 좋아했는데 돈이 없어 자주 이용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순자(65)씨는 “젊은 시절 직장 사무실에 풍기던 커피 향이 좋아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했다”고 했다. 이곳에서 2년째 근무 중인 홍씨는 지난 4월 자격증을 취득했다. 홍씨는 바리스타 시험에서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2잔씩 10분 안에 만드는 실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홍씨는 “카푸치노를 만들 때 거품 층을 고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거품 만드는 건 내가 전문가”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강원도인재개발원에서 5주 동안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2~3명씩 나눠 하루 4시간씩 근무한다. 월급으로 약 20만원을 받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쉼터 카페는 주로 노년층에 인기다. 이씨는 “노인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잡기 위해 시음 행사까지 열면서 커피를 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평일 점심시간에만 아메리카노를 100잔 정도 판다. 인근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주민들은 이곳을 ‘어르신들의 핫 플레이스’라 부른다. 가격이 싼 것도 장점이다. 커피와 대추차·생강차 등을 1000~2000원에 판다.

 단골 손님인 박영수(67)씨는 “복지관과 주민센터가 인근에 있어 다른 여가생활을 하다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인데다 커피값도 저렴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정 춘천남부노인복지관장은 “온누리 쉼터 카페처럼 노인들이 즐기면서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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