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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원자력발전소 2기 추가 건설 필요한가


논쟁의 초점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엔 원자력발전소 2기를 신규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에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력 수요 관리를 통해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며 화전이든 원전이든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면 안 된다는 입장도 있고, 추가 건설이 필요하더라도 원전은 피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전력 예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원전 건설이 최선임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 양쪽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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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정성 확보에 바람직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공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석탄 화력발전소 4기 대신 원자력발전소 2기를 신규로 건설한다는 계획은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원전이든 화전이든 발전소 건설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하나이고, 왜 하필 원전을 건설하느냐가 또 하나다.

 전기는 대규모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수요 시점에서 생산이 이루어진다. 미리 설비를 확보해야만 한다. 그래서 정부가 미래 전력 수요를 예측해 설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설비계획은 하절기 첨두수요를 기준으로 한다. 이 기간은 1~2주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공급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게 되면 나머지 50주는 전기가 남게 된다. 남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평상시에 전기가 남는다고 해서 전력 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력 설비가 남는다.” “공급 위주의 정책에서 수요 관리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전력 예비율이 너무 높다.” “가격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린 결과 발전 설비 건설이 억제됐고 지난 3년간 여름과 겨울이면 어김없이 전력 부족으로 전 국민을 고생시켰다.

 통계가 말해준다. 지난 10년간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전력 수요는 항상 과소 예측됐다. 게다가 전력 예비율도 줄여왔다. 그것이 정전의 원인이다. 그런데 다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력수급계획에서도 전력 수요 증가율은 이전 계획보다 0.1%를 낮게 잡았고 예비율도 22%로 잡았다. 이것도 매우 도전적이고 위태롭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게다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정전의 충격에 취약한 사회가 됐다. 문서·통신, 인터넷이 마비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전력 예비율을 70%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그럼 왜 원전이어야 하는가? 전력 수요를 과소 예측하고 수년이 지나면 설비 부족이 드러난다. 그러면 발전소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이때에는 건설기간이 긴 원전 대신 건설기간이 짧은 LNG발전소가 도입된다. 지난 10여 년간 과소 예측 때문에 전체 전력 설비에서 원자력 설비 비율이 바람직한 비율보다 낮아졌다. 그렇게 되면 전력 가격이 오르고 전원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속히 바람직한 비율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석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석탄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 단가가 석탄 화력발전 단가의 절반 수준이 됐다. 우리 산업에서 값싼 전기는 엄청난 경쟁력이 된다.

 셋째, ‘포스트 2020’에 대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교통 부문과 산업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이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 부문에서 줄여야 하며 그 유일한 방법이 원전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는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넷째, 에너지의 안정성이다. 원전의 연료는 1년치를 비축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정부의 계획을 어느 한 가지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책임 있는 계획이 나온다. “원자력은 위험하잖아요.”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하면 곤란하다. 상상하는 것보다 위험하지 않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라는 말로 겁을 주지만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30명이 사망했던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1986년)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30년이 지났다.

 국민을 오해로 몰고 가는 사람들에 의해 잘못 인식된 것뿐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이탈리아는 원전을 포기했지만 2013년 8기의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인 영국 같은 국가도 있다. 심지어 사고 당사자인 일본은 원전을 수출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은 정답이 있다. 그래서 정치로 풀면 안 되며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

정 범 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전력 수요 관리가 더 효과적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현재 우리나라엔 운전 중인 원자로 23기, 건설 중인 원자로 5기, 건설 준비 중인 원자로가 6기에 달한다. 여기에 또 2기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정말 우리나라에 원전 2기가 더 필요한 걸까?

 이미 이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전력 소비와 원전 비중은 더 늘어서는 곤란한 지경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구매력지수로 평가한 국내총생산(GDP)으로 세계 13위였다. 하지만 전력 소비로는 세계 8위, 1인당 전력 소비로는 세계 11위였다. 우리보다 GDP가 높은 국가 중 1인당 전력 소비가 우리보다 많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원전 기록은 더 엄청나다. 2015년 5월 현재 시설용량과 원자로 수로 세계 6위, 건설 중인 원자로 수와 발전량으로 세계 4위에다 전체 원전 시설용량을 국토 면적으로 나눈 원전 밀집도로는 무려 세계 1위다. 부지별로도 6기 이상 원자로가 입지한 부지가 전 세계에 11곳뿐인데 고리·월성·울진·영광 4개 부지는 모두 여기에 속한다. 주변 지역 인구가 많은 점도 문제다. 고리는 340만 명, 월성은 133만 명에 달한다. 좁은 국토에, 좁은 부지에 다수의 원자로가 집중적으로 입지해 있기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전 주변 지역은 물론 국토나 국민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전은 사고가 발생할 때만 환경과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안전 기준으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원전은 정상 가동 중일 때도 대기로, 해양으로 미량의 방사능물질을 지속적으로 배출한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갑상샘암 발병 증가와 원전의 상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력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전력 수요를 줄여간다면 원전이나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소비지로 나르기 위한 송전선 추가 건설은 필요하지 않다. 기후변화 위험을 원전 위험과 맞바꿔서도 안 된다. 사실 가정 부문 전력 소비는 2000년 이후 정체하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상업 부문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총 전력 소비의 54%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도 최근 소비 증가세가 둔화됐다. 그 결과 총 전력 소비 증가율은 2012년 2.5%, 2013년 1.8%, 2014년 0.6%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력 소비 증가를 주도했던 수출 위주 전력 다소비 업종은 최근 수출이 둔화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줄어들고 있었지만 원가에도 못 미치는 경부하요금으로 전력 다소비 산업을 지탱해 왔다. 원전을 확대함으로써 전력요금을 낮게 유지해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정부는 전력 수요가 늘어날 구조적 요인이 별로 없지만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으로 원전 추가 건설을 밀고 나갈 태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회 갈등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삼척 주민이 주민투표를 통해 입지 반대를 분명히 했고, 영덕에서도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지만 민의를 수렴할 뜻이 없어 보인다.

 높은 전력 소비를 효율 개선과 절약으로 줄여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요 관리를 더 철저히 하면서 수요 관리 효과를 높이는 전력요금체계로 개선해 가는 게 답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같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이 싼 발전 방식이 아니란 사실은 이제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도대체 무얼 위해, 누굴 위해 원전을 더 지어야 할까?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부실하고 미덥지 못한 위기대응 능력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안전은 안전할 때 지켜야 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가 증명하듯 원전기술은 인간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회복하기에 원전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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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