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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국가가 뚫린 게 맞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
“국가가 뚫린 겁니다. 이것은.”

 지난 11일 국회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던진 이 말로 삼성서울병원은 벌집이 됐다. 대신 뭇매를 맞던 정부는 가까스로 한숨 돌렸다.

 삼성서울병원은 비정규직인 이송요원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격리 대상자에서 빠뜨리는 등 기본 중의 기본인 격리 대상자 파악과 관리에 소홀했다. 메르스 발병 한 달이 거의 다 된 17일에야 제대로 된 보호복을 의료진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뚫렸다’는 증거는 더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건 절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이 뚫렸더라도 그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게다가 정부는 정보 공개를 미루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수퍼전파자’ 14번 환자가 80여 명을 감염시키게 된 것도 정부의 초동 대응 미숙 탓이 컸다. 정부가 ‘뚫렸다’는 증거도 더 있다.

 국민도 뚫렸다. 14번 환자는 통제를 따르지 않고 사흘 동안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병균을 퍼뜨렸다.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검사 결과도 기다리지 않고 병실 걸쇠를 부수고 택시로 귀가한 40대 환자는 또 뭔가. 메르스에 병원·정부·국민이 다 뚫린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가 뚫렸다”는 주장은 정당하다. 물론 삼성서울병원 과장이 이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닐 테지만.

 다만 ‘뚫린 곳 찾기’ 와중에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걱정스럽다. 사람들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삼성’을 본다.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이란 회사가 문제라는 식으로 의식을 확장한다. 17일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삼성그룹 사장단의 공식 입장이 나오고, 이튿날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했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는 요구가 거세진 게 그 증거다. 이 부회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사죄는 이쯤에서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생존의식의 발로라고 나는 본다. 이런 ‘의식의 확장’이 온당한가는 논외다. 옳든 그르든 삼성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요한 건 정부가 삼성 뒤에 숨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삼성서울병원장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사진 한 장에서 그런 조짐을 본다. 삼성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방패막 삼아 슬그머니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려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처절한 자기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 아닌가.

 그렇다고 삼성을, 삼성서울병원을 가여워 할 이유는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이 최고 병원의 지위에서 몰락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환자들이 더 많이 몰릴지도 모른다. 적지 않은 사람이 삼성이라서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고, 삼성이라서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태 수습이 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다짐은 사실일 게다. 그렇다. 결국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 정부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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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