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만성적 분노에서 탈출하기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택시를 탔다. 길이 막혔다.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다 차를 끌고 나와 이 모양”이라고 택시 기사가 퉁명스레 말했다. “기자인 모양인데 어떻게 생각하슈?” 대답할 틈은 없다. 기사분 목소리는 한 단계 높아진다. “국민은 죽든 말든 쉬쉬한 정부 때문이지! 이게 다.” 침이 튀고, 이윽고 고함에 가까운 화가 터져 나온다. “이 나라가 저주를 받았나. 비도 안 오는 것 봐!” 겁에 질렸다. 점점 거칠어지는 운전을 견디느라 문 위쪽 손잡이를 꽉 부여잡는다.

 오랜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들어가니 한 30대 진보 논객의 데이트 폭력 문제로 분노가 넘실댄다. 논객의 전 여자친구가 지난 주말 자신의 블로그에 그와 교제하던 당시 지속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해명과 반박과 재해명이 오갔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날 선 비난과 조롱을 쏟아낸다. 누군가 의견을 올리면 “여혐(여성 혐오)” 혹은 “꼴페미(꼴통+페미니스트)”라는 딱지가 즉각 날아온다. 왜 분노하는지 이해하지만 공포스럽다. 글을 올려 볼까 하다 조용히 휴대전화를 닫는다.

 다들 화가 나 있다. 날은 덥고 비는 오지 않고 바이러스 소식은 계속된다. 시내는 썰렁하고, 집 앞 식당 아저씨는 “이러다가 다 망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유명 작가는 표절 문제에 대한 진실을 가리려는 태도로 크디큰 실망을 안겼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TV를, 신문을, SNS를 볼 때마다 울컥 화가 치솟는다. 분노는 메르스보다 전염성이 강한 걸까. 지난해 나온 『분노사회』라는 책의 이 구절을 읽는다.

 “만성적 분노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늘 분노의 씨앗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그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고 하거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거나, 자기 정체성의 수립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이 세계 전체가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신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 그들에게 이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은 거추장스러운 허구일 뿐이다. 그들은 오직 절망과 좌절만을 믿으며 거기에 중독되고 자신의 세계 전체를 부정적 인식으로 덮어씌운다.”

 어떻게 이 중독을 끊어야 할까. 희망의 씨앗이 될 다양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긴 하는 걸까. 책상 위에 무심코 펼쳐 놓은 『안자이 미즈마루』라는 책을 넘겨 보며 편안하게 쓱쓱 그린 일러스트에 잠시 웃어보았다. 만성적 분노에서 벗어나 더 자주 웃기, 올해의 목표로 삼아 본다. 이제 곧 7월이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