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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안 여는 한국

국내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자금순환’ 잠정 수치를 보면 가계 자금 잉여 규모는 29조5505억원이었다. 2012년 1분기(31조4861억원) 이후 가장 많다. 자금순환은 가계와 기업, 정부에 각각 드나든 돈을 나타내는 통계다. 경제주체별로 자금이 모자란 상태(부족)인지 넘치는 상황(잉여)인지 보여준다.

 가계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14조1727억원에 달하는 빚을 추가로 졌다. 그러나 이 기간 새로 벌어 축적한 액수가 43조7232억원으로 훨씬 많았다. 가계에 고여 있는 실질적인 여윳돈(자금 잉여)은 30조원에 육박하며 3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김성준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올 1분기 가계 소득이 늘었고 자금 잉여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미래 탓에 가계가 번 돈을 안 쓰고 쌓아두는 현상은 올 들어 더 심해졌다. 점점 나빠지는 경기, 불안한 일자리, 고령화, 올라가는 주택(매매·임대) 비용 등 여러 이유가 작용했다. 그렇다고 가계가 여윳돈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도 아니다. 새로 축적한 43조원 넘는 자금 대부분이 예·적금(23조4358억원)과 보험·연금(20조2356억원)으로 흘러들어갔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총저축률(쓰고 남은 돈 가운데 저축한 비율)은 36.5%로 98년 3분기(37.2%)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정부와 기업 부문에선 자금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새로 벌어 쌓은 돈보다 밖에서 빌려 끌어온 돈이 더 많았다. 올 1분기 기업(금융사 제외)의 자금 부족 규모는 4조3960억원, 정부는 5조5026억원이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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