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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봤수광, 한라봉 프렌치 요리

제주로 간 셰프들

제주 고유의 식재료를 이용해 개성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제주 지역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27일 해비치 ‘밀리우’가 오픈 기념으로 선보이는 메뉴 ‘성산포의 섬머 브리즈’. 제주산 부채 새우, 구운 아스파라거스, 한라봉으로 만든 윤화영 셰프의 요리다. [사진 해비치호텔앤리조트]


향토 식재료 쓴 이탈리안·프렌치 메뉴
보말 에스카르고, 딱새우 샐러드 등
다양해진 제주의 맛, 드라마 소재로도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맨도롱 또똣’의 주인공 백건우(유연석)는 보말·성게·광어 같은 신선한 식재료로 파스타·피자 같은 이탈리안 요리를 만든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는 제주만의 독특한 식재료가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드라마는 최근 제주의 변화를 반영한다. 지금까지 제주의 식당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갈치조림·돔베고기·고등어회·몸국 등 비슷비슷한 메뉴를 판매했다. 하지만 요즘의 제주는 좀 달라졌다. 제주도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서울에 있는 레스토랑 ‘라쿠치나’ ‘줄라이’에서 경력을 쌓은 김태효 셰프는 2년 전 제주시 애월읍에 레스토랑 ‘르 씨엘 비’를 열었다. 제주 5일장에서 구한 신선한 재료로 ‘감태로 감싼 보말파스타’ ‘보말 에스카르고’ 같은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동부이촌동 레스토랑 ‘이꼬이’를 운영하며 미식가들 사이에 내공 있는 요리사로 꼽히는 정지원 셰프는 지난해 봄 제주시에 ‘이꼬이&스테이’를 열었다. 2~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1층은 식당으로 꾸몄다. 아침에는 숙박하는 고객을 위한 조식을, 저녁엔 사케와 요리를 판다. 7~8년 전부터 제주와 서울을 오간 덕분에 정 셰프는 제주 토박이 못지않은데 5일장이나 해산물 경매장 등 신선한 재료를 찾아다닌다. 그는 “서울 이꼬이에서 파는 새우 넣은 냉우동샐러드를 제주에서는 제주 특산물인 제주딱새우를 활용해 만든다. 제주의 느낌이 물씬 나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주딱새우는 일반 새우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제주 내에서만 소모될 정도로 양이 적은 편이다. 성게나 다른 해산물 역시 마찬가지다. 정 셰프는 이렇게 구한 신선한 식재료를 제주 매장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종종 서울 오는 길에 가지고 온다. 정 셰프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 ‘제주산 식재료를 가지고 서울에 간다’는 글이 올라오는 날이면 동부이촌동 매장은 이를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데친 제주산 뿔소라와 생표고버섯을 저며 소라껍데기에 담았다. 정지원 셰프의 요리. [사진 이꼬이]
 이태원 레스토랑 ‘식구’ ‘하베스트 남산’ 등을 통해 건강한 한식을 선보인 임성균 셰프는 지난해 말 "제대로 된 로컬푸드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성산의 더클라우드호텔 레스토랑 ‘라운지나인’의 총괄 셰프를 맡았다. 임 셰프는 자연 친화적인 농법으로 키워낸 제철 식재료만 사용해 3No(No MSG, No GMO, No Bisphenol-A) 원칙을 지키며 제주산 쇠고기·흑돼지 떡갈비 스테이크, 제주 평대리 전복밥 같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해비치)가 제주 호텔 중 처음으로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를 연다. 셰프 출신인 이민 해비치 대표는 “다채로운 제주 식재료와 조리법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스타일의 프렌치 요리를 통해 제주를 알리고 제주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양질의 식문화를 소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도 해비치는 보말해장국·성게미역국·생선구이 같은 제주 토속 음식과 제주 식재료로 만든 일품요리 전문점 ‘하노루’를 운영 중이다. 밀리우는 하노루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식당이다. 밀리우의 주방은 윤화영 셰프가 맡는다. 윤 셰프는 프랑스 국립 고등조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쟝프랑수와 피에쥬, 에릭 브리파 같은 프랑스 요리 명장 아래에서 경험을 쌓은 실력파다. 현재 부산에서 파인다이닝 ‘메르씨엘’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제주로 향한 건 제주 식재료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요리는 고급일수록 해산물 비중이 높아지는데 제주는 인근 바다에서 잡은 생선류와 완도 등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생선이 활어로 들어오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있다. 이런 재료를 사용할 수 있어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제주의 변화를 반긴다. 주부 강주연(38)씨는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을 좋아하는 데다 해산물을 좋아해 제주에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맛은 기본이고 멋진 레스토랑이 하나둘씩 생겨나 반갑다. 특히 셰프들이 만든 맛있는 요리는 여행을 더 특별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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