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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찾아가기] 한의사

마음속 고민까지 살펴 병의 근원을 치료해요


이재동 경희
대한방병원 침구과장이 뜸을 뜨
고 있다.


똑같은 병이라도 개개인의 체질 고려해 개선
대형병원은 신약 개발 등 연구 활동…양방과 협력
“나이 들수록 연륜 인정” 직업 만족도 의사보다 높아



사람들은 아픈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는다. 두 곳의 차이는 뭘까. 의사와 한의사 모두 환자의 질병을 낫게 해 건강을 유지하게 돕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진찰하는 과정이나 치료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의사가 X선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의료기기를 이용해 원인을 파악한 후 주사를 놓거나 약을 처방한다면 한의사는 맥을 짚은 후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등 전통 방식의 치료를 한다.

한의사는 의사·치과의사와 함께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청소년 중에는 한의사의 역할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한의사는 진맥을 통해 환자의상태를 확인한다(맨 위). 자생한방병원 한의사가 환자의 허리에 약침을 놓고 있다. 주사와 비슷한 형태지만 안에는 한약재가 들어있다(가운데). 한의사들이 인체 모형을 통해 기와 혈자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중증환자 안 다루지만 의학의 한계 뛰어넘기도

한의학을 기초로 환자의 질병과 장애를 진찰해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활용해 건강을 유지하게 돕는 게 한의사다. 2000년부터 한의사도 전문의 제도를 시행 중이다.

내과·부인과·소아과·신경정신과·침구과·안이비인후피부과·재활의학과·사상체질과 같은 8개 전문분야로 나뉜다. 대학에서 한의학과를 졸업한 후 전공의 과정을 거친 후 시험에 통과해야 전문의 자격을 얻는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의사 2만1355명 중 전문의 자격이 있는 사람은 2317명으로 전체 10.8%밖에 안 되고, 한방병원에서 일하기보다 한의원을 개업하는 사람이 많다. 전국에 있는 한의원 1만3064개 중 전체 98.4%에 해당하는 1만2861개소가 소규모 한의원이다. 한방병원은 203개소다.

한의사는 보통 위급하지 않은 환자들을 치료한다. 의사로 치면 내과·가정의학과 같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이다. 한의학으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수술하거나 낫게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던 질병이 한의학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김형석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는 “걷지 못하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가 온갖 병원을 전전하며 수천만원을 들여도 못 고쳤던 병인데 침을 맞은 후엔 조금씩 호전됐다”며 “한의사들끼리 농담으로 ‘한방병원이 4차 진료기관’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진료기관은 1·2·3차로만 나누어져 있고, 4차 진료기관은 없다. 1차가 집이나 직장 근처에 있는 의원, 2차가 5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 3차가 500병상 이상의 대형종합병원을 의미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중증환자를 다루는데, 3차 진료기관에서 치료하지 못한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켰으니 한 단계 높다는 걸 의미하는 우스갯소리다.


환자 관찰과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



한의사와 의사의 차이는 환자의 질병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드러난다. 의사는 현재 환자가 겪고 있는 질병의 증상을 호전시키려고 노력하지만 한의사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없애는 데 집중한다.

예컨대 의사는 머리가 아프면 보통 진통제를 처방하고, 허리 디스크에 문제가 있으면 수술을 한다. 하지만 한의사는 머리가 아픈 이유와 허리 디스크를 약하게 만든 원인이 뭔지 발견하려 애쓴다.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을 해결하지 않고는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에 생긴 곰팡이’를 질병이라고 봤을 때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닦아내는 것까지가 치료라면 한의사는 다시는 곰팡이가 자라지 못하게 방의 환경을 바꿔주는 역할까지 한다는 얘기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장(침구과 교수)은 “물의 기운은 약하고 불의 기운이 강해 상체가 하체보다 더 발달한 체형을 가진 사람은 발목을 자주 삐거나 무릎·고관절·디스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는 상체의 체지방을 줄여 신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찰과 대화다. 한의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망문문절(望聞問切)이다.

환자의 얼굴색이나 행동을 눈으로 보고, 기침 소리나 숨소리를 귀로 듣고, 주요 증상과 생활 습관 등에 대해 묻고, 맥을 짚거나 손으로 눌러 보면서 진단을 내리는 걸 말한다. 김형석 전공의가 한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상대방을 잘 살피고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조현주 압구정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이 한 환자와 일정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원장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보통 한 환자와 30분 동안 10~20개 이상의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똑같은 질환으로 한의원을 찾아도 환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질 수 있다. 자녀와 사별 후 우울증에 시달려 불면증에 걸린 사람과 업무 스트레스로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은 증상이 비슷해도 원인이 같지 않다.

한창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대화를 충분히 나누지 않으면 두 사람은 모두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는 현상밖에 모른다”며 “이럴 때는 1초 만에 잠이 잘 오는 약을 처방한다 해도 평생 약에 의지하고 살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몸과 마음 상태를 파악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CT·MRI 사용 놓고 양방 의료계와 갈등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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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하는 일은 담당 분야와 소속 병원 규모, 경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개업하거나 소규모 한의원에서는 내원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게 대부분이다.

침을 적절한 혈 자리에 놓거나 쑥 등 약물을 피부의 특정 부위에서 태우거나 열 자극을 주는 뜸을 뜨거나 공기의 음압을 이용해 나쁜 피나 고름을 제거하는 부황 등을 실시하는 거다. 또 척추나 통증 관련 한의원에서는 비뚤어진 뼈를 밀고 당겨서 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도 많이 쓴다.

대형병원은 소규모 한의원보다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전공의와 교수의 역할 차이가 있는데, 전공의는 입원 환자를 살피는 게 주된 업무다.

김형석 전공의는 “재활의학과에 입원한 환자는 22명인데 절반 정도가 중풍 환자, 나머지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재활치료 받는 환자”라며 “인턴은 오전 6시, 전공의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 밤새 환자들에게 문제가 없었는지 간호사에게 듣고 교수와 함께 회진 돌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입원 환자에 대한 기록을 적고, 새로운 환자에 초진 기록, 퇴원 수속 등을 진행하는 것도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역할이다.

교수가 되면 입원 환자 관리와 외래 진료 외에 연구와 강의 비중이 커진다. 이재동 과장은 “개업 한의사와 대학병원 한의사의 가장 큰 차이는 연구에 있다”며 “벌의 독을 이용한 봉약침과 옻을 활용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법을 처음 개발하고, 1993년 국제학술지에 벌독이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증받은 것도 모두 대학병원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대형한방병원이 소규모 한의원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양의학과의 협진이다. 한의사는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 X선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찍어야 할 때도 영상의학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외에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의 산소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의 위급 상황은 물론, 진통제 등 양약 처방이 필요할 때도 양의학 쪽에 의뢰한 후 협조를 받아야 한다.

김형석 전공의는 “중풍 환자 중에 양약을 안 먹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한의학과 양의학의 처방을 동시에 받는 사람이 많다”며 “한 분야로만 치료를 받을 때보다 효과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늘 협진이 잘 이뤄지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의사들도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양방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아예 한방병원 내에 따로 내과나 영상의학과를 만들어 의사를 고용하는 병원이 느는 추세다.

의료기기 사용 논란 외에도 한의사를 힘들게 하는 점은 많다. 특히 일부에서는 한의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의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방송에 나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허위·과장 광고하는 쇼닥터도 한의사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곳도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신규 개업 한의원 수가 1092개소, 폐업 수는 769개소였다. 신규 개업 수 대비 약 70%가 문을 닫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약 판매 감소다.

신약 개발과 홍삼·산수유 등 건강보조식품의 다양화가 한의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형석 전공의는 “1998년 미국 제약회사인 파이저사에서 비아그라를 개발하면서 한약 판매율이 급격히 낮아졌다”며 “양약과 양의학 기술이 발전이 한의원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년 850명의 한의학과 졸업생이 배출되는 공급 과잉도 문제다. 2007년 1만895개소였던 한의원은 2012년 1만2440개소로 1545개 증가했다. 매년 300개소 이상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한의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의원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전체한방진료 이용률은 2011년 18.8%에서 27.9%로 9.1%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폐업하는 비율도 한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계의 현상”이라며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병·의원 종별 신규·폐업 현황에 따르면 양방병원도 1838개가 개원하고 1283개소가 폐업해 70%의 폐업률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한의사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 발표한 ‘직업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의사는 12위로 44위를 차지한 의사보다 상위권을 차지했다.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창 원장은 “젊은 한의사보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나이 지긋한 한의사를 더 신뢰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직업이 갖는 장점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이재동 과장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대 사회가 더 발전할수록 자연 친화적인 한의사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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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