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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전략 세우고 레벨 높이고 … 온라인 게임하듯 수학 공부

서울 서라벌고 2학년 강민호군

강민호군은 주 3회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한다. 학습하는 중간중간 종이에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적어보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수업→교과서 탐독→문제집→관련 독서
4단계 학습법…정답 안 보려 채점은 부모가
교내대회 적극 참여, 자신감·향학열 자극



게임과 공부. 대부분 학생은 둘 사이에 공통점이 전혀 없다고 느낄 거다. 하지만 서울 서라벌고 2학년 전교 1등 강민호군은 다르다. “수학 문제 푸는 것과 게임에서 상대방을 이기는 과정은 똑같다”는 생각이다. 롤(리그오브레전드)에서 승률을 높이기 위해 전략을 세우는 것처럼 수학 문제 풀 때도 실마리를 잘 잡아야 정답을 맞힐 확률이 높아서다.

또 게임에서 레벨이 높아지는 것처럼 수학도 고난도 문제를 풀수록 내공이 쌓이고, 문제를 해결하면 게임에서 이겼을 때와 마찬가지로 짜릿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공부를 게임처럼 즐기는 그의 책상에서 전교 1등의 비결을 찾아봤다.

내신 시험 3주 전부터 교과서 4~5번 탐독

강민호군이 우수한 성적을 받는 비결은 4단계 학습법에 있다. 다른 우등생과 마찬가지로 1단계는 수업 집중해 듣고 교과서에 꼼꼼히 필기하기다. 특히 지구과학이나 생명과학 같은 과목은 교사가 수업 중에 따로 알려주는 내용이 많아 물샐틈없이 수업을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신 시험 3주 전부터는 2단계 교과서 탐독에 돌입한다. 보통 4~5번, 많게는 6~7번 읽는다. 이때도 그만의 비결이 있다. 소설책 읽듯 별생각 없이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아는 내용과 모르는 내용을 구분해 가며 읽는다. 교과서 읽는 틈틈이 암기하거나 머릿속으로 이해한 내용을 손으로 죽 써보거나 입으로 소리 내면서 확인하는 거다.

예컨대 무기염류의 종류와 그 기능에 대해서 학습한 후 빈 종이에 ‘무기질의 종류는 칼슘·칼륨·인 등이 있고 칼슘은 뼈의 성분이고 혈액응고와 근육수축에 관여한다’고 써보거나 말해보는 식이다.

이때 모르는 내용이 하나라도 있으면 다시 교과서를 편다. ‘나중에 다시 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한 번 볼 때 완벽하게 해둬야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강군은 “학교에서 수업 들을 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용도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기본 개념을 정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3단계는 문제 풀기다. 자신이 이해한 개념이 어떻게 문제에 적용되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는 답지를 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적어도 10분 이상 고민한다. 한두 시간에서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문제를 보면 실마리가 잡혀 풀릴 때가 많아서다.

강군은 “이 과정을 거쳐야 사고력도 키우고 자신이 모르는 개념이 뭔지 알 수 있다”며 “어려운 문제가 나왔다고 바로 답지를 봐 버릇하면 스스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채점은 반드시 엄마 원주희(43·서울 중계동)씨가 한다. 오답 문제를 다시 풀 때 해답지의 정답을 기억했다가 문제를 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기까지는 사실 다른 우등생들과 별 차이가 없다. 핵심은 마지막 단계인 독서다. 강군은 시험이 끝난 후 교과 관련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는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물리 과목 시험 범위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었다면 시험이 끝난 후 스티븐 호킹의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읽고 우주의 진화, 팽창하는 우주, 웜홀과 시간여행 등에 대해 익히거나 세계사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에 대한 시험을 치른 후 토마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찾아보는 식이다. 책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주제·줄거리·감상 등을 따로 적어 독후 활동도 한다.

강군은 “책을 통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독후 활동을 하면 자연스레 책 내용을 정리하고 교과 내용도 다시 한 번 복습하게 돼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초1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학습

평소에는 이보다 더 철저하게 공부한다. 보통 중간고사가 끝난 후 기말고사를 치르기 3주 전까지 두 달 단위로 계획표를 짠다. 계획을 세울 때도 그만의 방식이 있다. 플래너를 따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줄이 처져 있는 스프링 노트 한쪽에 일주일 단위로 날짜를 적은 후 매일 공부할 양을 쓴다. 영어 단어 19과 암기, 영어 독해 7과 풀기, 수학 문제집 5장 풀기, 과학 문제집 3장 풀기 등이다.

그날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면 날짜에 빨간 사인펜으로 ‘×’자를 그리는데, 강군의 계획표는 대부분 ×자로 가득 차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죽 해오고 있는 방식이다. 당시 공부할 건 많은데 순서를 정하지 않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체계가 없어, 영어 같은 과목은 빼먹고 넘어갈 때가 많았다.

강군은 “시험 기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지만 평소에는 ‘내일 하자’고 미룰 때가 많아 매일 정해진 양을 꾸준히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매일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 나가다 보면 성취감도 들고 실력도 쌓이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에게 부족한 단원을 파악하는 기회도 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생물Ⅰ에서 유전 단원 중 ‘가계도 분석’에 대해 배울 때였는데, 그 문제만 나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해진 양을 시간 내에 다 못해냈다. 스스로 해당 단원에 대한 개념 정리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고 인터넷 강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

이런 습관을 기른 건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다. 원씨는 민호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공부하는 습관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 공부 잘하는 애들을 보면 엉덩이 힘이 강했다. 그때부터 매일 적은 양이지만 책상에 앉아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도왔다. 초등학교 때는 매일 과목별로 20~30분 내외에 해결할 수 있는 학습지나 문제집을 풀게 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을 늘려나갔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예외는 없었다. 강군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훈련을 계속 한 덕분에 집중력을 키울 수 있었고, 2~3시간 앉아 공부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교내대회, 수학영재학급, 토론동아리 활동

공부 잘하는 비결은 또 있다. 바로 학교생활에 충실한 거다. 강군은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고 사교육에만 의지해서는 좋은 성적 받기가 어렵다”며 “학교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교내대회 참여다. 원씨는 강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교내에서 하는 대부분 대회에 참석하게 도왔다. 밑질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독서퀴즈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으면 아이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별 소득 없이 끝나도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발판이 됐다.

고등학교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학교 대회는 내신 시험이 끝난 후에 치러져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주변의 우수한 학생에게 자극을 받아 더욱더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 1학년 1학기 때 이뤄진 과학경시대회가 좋은 예다. ‘블랙홀도 입자를 방출하며 이로 인해 질량과 에너지를 잃어버려 증발해 없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 뭐냐’는 질문에 과학잡지를 꾸준히 읽은 친구만 대답하는 모습을 본 후 과학잡지나 과학도서에 더 관심을 두게 됐다는 거다.

1학년 때 참여한 수학영재학급은 고난도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줬다. 5명이 한 조가 돼 5개의 고난도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당시 강군은 1학년이라 2학년 선배를 찾아가 문제 푸는 방법을 물어보거나 같이 토론하면서 방법을 찾아 나갔다.

강군은 “처음에는 해결할 엄두가 안 났던 문제도 결국에는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고난도 문제도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른 사람의 풀이 방법을 보면서 시야를 넓힐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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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