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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한은 기준금리 인하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6월 12일자 30면>

한은 금리 인하, 메르스 공포 이겨내야 약발 들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계부채, 어느 게 더 무서운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은 메르스였다. 어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1100조원의 가계부채와 9월로 예정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린 데는 깊은 고심과 결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메르스의 충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상찮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메르스의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걱정했다.

 메르스발 경기 위축은 세월호 때를 넘어서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과 영화 관람객 수, 외식은 세월호 사고 때보다 줄었다.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지난 8일 외국인 관광객 5만4476명이 방한 계획을 취소했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 올 우리나라 성장률(GDP)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그간 경기 부양에는 금리 인하보다 정부의 재정 동원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최근의 비정상적인 경제 위축이 심각하다고 보고 전격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제 공은 최경환 경제팀과 국회로 넘어갔다. 금리 인하와 박자를 맞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100원을 쓰면 국민 소득은 49.8원이 늘어난다며 추경 편성을 주문했다. 국회와 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규모·시기를 논의하기 바란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가계부채 문제와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하려면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단기간에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성장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부어 경기 흐름을 상승 쪽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래야 석 달 뒤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금통위가 통화정책을 수정할 여지가 생긴다.

 국민 협조도 꼭 필요하다. 과잉 불안으로 정상적인 경제·사회 활동마저 위축되면 백약이 무효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한국 경제의 ‘긴축 발작’을 일으키게 놔둬서는 안 된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자신감과 용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겨레 <2015년 6월 12일자 31면>

사상 최저 1.5% 기준금리 시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내리면서 사상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겹친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의 이번 조처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이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부정적 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해야 할 때다.

 1.5% 기준금리는 한은이 처음 선택한 것이어서 부담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경제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 파장이 커지면서 내수에는 주름살이 깊게 파이고 있다.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매출과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게 뚜렷하다. 조금씩 나아지던 소비지표의 추세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수출은 벌써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엔화 약세의 여파가 원체 큰 데다 세계교역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성장률이 3%를 밑돌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상승률이 0.5%를 나타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3년째 밑돌고 있다.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늘려주지는 못한 채 경기 둔화세에 일조하는 양상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런 상황을 크게 개선하지는 못해도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는 얼마간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무엇보다 11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문제가 걱정스럽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낮추도록 해야 한다. 가계부채 등과 관련한 금융불안을 더는 데는 이런 건전성 규제 정책이 기준금리 정책보다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 현행 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한계 채무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더 있다. 기준금리 인하 조처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재정 확대 방안을 비롯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수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추가경정예산의 편성도 검토해봄 직하다.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그저 그런 내용의 나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논리 vs 논리

“성장 에너지 쏟는 총력전 필요” … “건전성 규제 정책 강화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사상 최저인 1.50%로 전격 인하했다. [뉴시스]
장기화된 경기침체 위에 메르스 파장이 겹쳤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4000억 달러(2015년)로 세계 11위 수준의 경제대국이다. 경제 규모는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극화에 따른 중산층의 소득 축소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짐이 되고 있다. 고용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는 사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는 어느새 1100조원에 이르렀다. 수출 또한 5개월째 감소세라 올해 성장률은 3% 안팎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 감염병에 따른 이동과 활동의 감소로 문화·유통·관광 등 산업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한마디로 안과 밖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5%로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란 2008년 3월부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안에 설치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달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금리다. 기준금리는 금융기관 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시장금리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도 상승하게 되고,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금리도 떨어진다. 기준금리 인하는 위축된 소비와 투자로 인해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아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대로 과소비와 투기가 일어날 때 기준금리를 인상해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킨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부채가 많은 공공기관 및 (지방)정부의 부담은 증가하고 가계부채도 늘어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언론에서는 오는 9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된다면 우리도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위축에 대한 한시적인 처방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단기적이긴 하지만 통화정책을 통해 신용을 창출해 구조적 침체와 메르스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대응책이다.

 한겨레와 중앙은 사설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리인하를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긍정적인 점수를 주었다. 나아가 두 신문 모두 정부를 향해서도 동참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맞춰 정부에서도 과감한 추가경정예산 등 적극적으로 재정확대 방안을 추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싼 가격으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간접적인 방법인 반면,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은 사업목적에 따라 세금을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물건을 싼 가격에 제공하느냐, 정부가 가격의 일부를 지원하느냐의 차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재정적자를 늘릴 우려가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함께 시행되어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두 신문은 판단했다.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공통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신문에는 차이점이 있다. 중앙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맞추어 ‘성장 에너지를 쏟아 붇는 총력전’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라고 주문한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한도를 낮추는 ‘건전성 규제 정책’을 강화하라고 주문한다. 중앙은 ‘시장 부양을 통해서 금리인상을 준비하자’고 주문했고, 한겨레는 ‘채무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차이는 결론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중앙은 ‘국민 협조’를 당부하는 것으로, 한겨레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대한 관심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현안에 대해 동일한 인식과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두 신문의 강조점이 다른 것은 경제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은 시장을 우선시하고, 한겨레는 정책을 우선시한다. 시장의 주체는 개인이고 정책의 주체는 정부다. 시장 쪽에 무게를 둔 중앙은 개인의 선택과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국민 협조’를 필수적인 타개책으로 보았다. 반면 한겨레는 정부의 정책 선택에 따라 구조적 문제 해결이 좌우될 수 있다고 보기에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두 신문 모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후속 사설을 내놓았는데, 여기에서도 일관성을 보였다. 중앙은 “경기 회복을 위해 증권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풀라”(6월 15일자 사설 ‘상하한가 확대, 증시 선진화 계기 삼아야’)고 요구했다. 반면 한겨레는 재정확대가 경기부양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을 들어 “추경 예산을 확대하라”(6월 15일자 사설 ‘적극 검토 필요한 추가경정예산’)고 더욱 강하게 요구했다. 개인의 행위를 위주로 현상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구조적 경제문제를 극복할 것인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을 호소할 것인가. 1.5% 최저 기준금리가 던진 시대적 고민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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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