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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칼럼] 운동선수에게 배우는 인생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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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선임기자

이승엽 선수를 만난 건 2008년 여름 무렵이었다. 당시 슬럼프 조짐을 보였던 그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대한항공이 마련한 조촐한 이벤트 행사에서다. 그는 소속팀 요리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열린 행사 내내 진지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후원 받는 소감을 밝히면서도 그리 감정을 많이 표현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동안 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그의 활약을 다룬 신문기사에 눈길이 꽂혔다. 제목은 이승엽의 롱런 비결. 기사의 요지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나중에 퇴근한다는 거였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99%의 땀과 1%의 영감이라는 걸 다시 실감하게 해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면 운동선수의 삶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운동선수에게 배우는 인생 관리의 교훈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현역생활의 생활 자세가 퇴직 후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퇴직해도 노후 30년을 대비해야 하는 반퇴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생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

1. 전문성을 살려라= 왕정치(王貞治). 대만 계열의 중국인인 그의 일본 이름은 ‘오사다마루’다. 그의 인생 스토리는 TV 인간드라마의 단골 메뉴다. 운동선수의 롤모델이자 청소년들의 귀감으로서다. 일본에서 일할 때 봤던 내용 중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부분은 그 역시 가장 먼저 연습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다른 동료들이 쉬고 있을 달밤에 다시 구장에 나와 스윙 연습을 하는 연습벌레였다. 그러고도 부족하거나 구장에 나갈 형편이 안 되면 방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전문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끊임없이 한 우물을 깊게 파야 달인이 된다. 그러고 나면 그는 평생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 장삼이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혹시 나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을 점검해보면 된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전공으로 삼아 이승엽이나 왕정치처럼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그러면 전문가가 된다.

2. 쇠는 달았을 때 쳐라= 무엇이든 임계점을 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99도에선 물이 끓지 않고 1도에선 물이 얼지 않는다. 99%에 도달해도 1%가 부족하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 김연아가 엉덩방아를 1000번 넘게 찧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열심히 안 했으면 피겨여왕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반퇴시대에는 이같이 달아오를 때 많은 준비를 해둬야 한다. 노후가 길어서 퇴직하고도 은퇴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쉼없이 끝까지 달릴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현업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이승엽이나 왕정치처럼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다. 알고보면 운동선수 대부분은 이름없이 사라진다. 소질이 없어서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아마도 각 분야의 제왕이 된 운동선수들과는 달리 치열하게 도전하지 않았던 탓이 더 클지도 모른다. 중도에 옆길로 새면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골프만 해도 그렇다. 수많은 부모들이 골프를 시키지만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쪽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 얘기로는 옆길로 새고 유혹에 빠져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최고의 자리에 갈 만한 소질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3. 이모작을 준비하라= 운동선수는 은퇴가 빠르다. 피겨스케이팅은 25세만 넘어도 노장이 된다. 그러나 이 분야도 고령화의 영향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현업을 연장시킬 수 있다. 야구선수 중에는 이승엽을 비롯해 과거에 비해 나이 많은 선수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체력과 실력을 유지한 덕분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현업에서 물러나 이모작에 나서야 한다.

운동선수는 어떻게 보면 이모작이 더 어려워 보인다. 운동 외에는 아는 게 없을 가능성이 커서다. 그래서 유명한 선수가 파산신청을 했다느니, 사업을 했는데 또는 음식점을 열었는데 다 털어먹고 망했다거나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가 꼬리를 문다. 반면 안정적으로 이모작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특징을 보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는 데서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 감독으로 일하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는 현역 때 빛을 발휘하지 못했어도 감독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히딩크도 그런 경우다. 이모작이 더 화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4. 평소에 가족과 즐겨라=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운동선수 사생활의 공통점은 ‘가족 중심’이라고 할만하다. 현역시절 성적이 좋은 선수는 가족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매스컴에서도 언제나 이들 가족의 라이프 스토리를 다루고 싶어하고 그들의 생활모습을 엿보려고 한다. 베컴은 아이들까지 자주 미디어에 등장한다.

알고보면 장삼이사의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롱런 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가야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해도 이게 잘 안 되면 쓸쓸한 노후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바쁘다는 핑계로 앞만 보고 달려선 남 같은 가족이 될 수도 있다. 퇴직 후 30년을 살아야 하는 반퇴세대에게 가족의 의미가 큰 이유다.

5. 외연을 넓혀라= 운동선수는 늘 그라운드나 매트, 링 위에 있어서 바깥 세상의 사람을 만날 시간이 많지 않다. 해외에 훈련이나 경기에 출전해도 마찬가지다. 같은 분야의 사람은 많이 만나겠지만 모두 라이벌일 뿐이다. 의외로 넓은 인맥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도 있지만 그리 일반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장삼이사의 세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굉장히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는 것 같지만 퇴직하고도 만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골프 모임은 1년 이내면 다 끊긴다고 한다.

퇴직 후 인맥은 사회적 자본이 된다. 단순히 여가를 보낼 때도 친구가 필요하고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해서도 결정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어서다. 평소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날 때 가능하다.

김동호 경제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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