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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과서 배운 한·일 고교생 "자꾸 만나니 적개심 줄어"

서울 잠일고 학생(왼쪽)과 일본 우지고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잠일고에서 함께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 김치는 우지고 학생들에게도 전달됐다. [사진 잠일고]


한·중·일 학자와 역사 교사들이 주축이 돼 2005년에 펴낸 『미래를 여는 역사』 한국어판과 일본어판.
서울 잠일고 2학년 이영현(17)양이 일본을 생각하는 마음은 또래들과 다름없었다. 애니메이션 등을 접하며 일본 문화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의 만행을 생각하면 막연히 싫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3박4일 동안 수업을 듣고 난 뒤 그런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이양은 “막연한 적개심은 줄고, 이웃 국가라는 생각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서울 잠일고·일본 교토 우지고
해마다 상대방 찾아 교류 수업
공동교과서 속 위안부 문제는
‘일본 국가 관련된 전쟁범죄’명시
학생들 “우리가 양국 미래 바꿀 것”



 잠일고는 매년 한 번씩 일본 교토(京都)의 리쓰메이칸(立命館) 우지(宇治)고와 교류 수업을 한다. 두 학교는 역사 수업 때 한·중·일 역사 교사들이 2005년에 펴낸 공동 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를 활용한다. 우지고는 공동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잠일고는 수업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공동 교과서의 근현대사는 한·중·일 3국 교사들이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교과서는 위안부 문제를 “일본의 군대와 국가가 모두 관련된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로 정의했다. 잠일고 박중현 교사는 “전쟁 중 일본인들의 피해도 상세하게 적는 등 갈등보다 ‘평화’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교과서”라고 설명했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잠일고와 우지고를 찾아가 교류 수업에 참가한 이양과 다키 히요리(多氣ひより·17), 도지마 유카(東島由佳·17)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양은 우지고에서 ‘재일 동포들의 삶’이란 수업을 들었다. 잠일고 학생 5명과 우지고 학생 3명이 재일 동포가 모여 사는 쓰루하시(鶴橋)를 답사하고 와서 보고서를 썼다. 이양은 “재일 동포에 대한 차별과 혐한(嫌韓) 감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며 “아직까지 앙금이 많은 것을 직접 보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류 수업 중 일본에 대한 호감도 생겼다고 한다. 이양은 “밤마다 한국의 아이돌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소한 공통점을 찾다 보니 이들을 무작정 멀리하고 싫어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지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모리구치 히토시(森口等·57) 교사의 수업도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잠일고에서 ‘창씨개명’에 대해 수업한 그는 창씨개명의 다양한 사례를 들며 그 강제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양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일본에 가보니 과거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이지 일본 국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무작정 나쁘다고 비판하는 것보다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지고의 다키 히요리와 도지마 유카도 한·일 교류 수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다키와 도지마는 지난해 11월 잠일고에서 2박3일 동안 수업을 들었다. 두 학생은 당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잠일고 학생들의 반응을 떠올렸다. 다키는 “한국 학생들이 독도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솔직히 전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독도 (주변) 자원을 한·일 양국이 절반으로 나눠가지면 어떻겠느냐고 앙케이트를 하자 대부분이 반대했다. 역시 자기의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통점도 많이 발견했다고 한다. 도지마는 “미디어 보도를 보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기 어렵지만 막상 한국에 가보니 우리와 다름없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요즘도 잠일고 학생들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락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른들의 한·일 관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의 어른들은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한국 어른들은 편견을 버리고 일본을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이영현), “지금 한국과 일본은 자기주장만 한다. 서로 타협하고 상대방도 고려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다키).



 마무리는 같았다.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한·일 관계는 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바꿔나가야 한다.”



교토=오영환 특파원, 서울=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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