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배지영 기자의 우리아이 건강다이어리
지난해 255명의 환자가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97%가 병원 내 감염이었고, 지역사회 감염은 거의 없습니다. 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린 논문에도 메르스 환자가 집에서 가족과 지냈을 때의 감염률은 4%에 불과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는 메르스 바이러스만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보통 바이러스는 감염 후 잠복기가 끝나고 증상이 막 발현되는 초기에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내뿜습니다. 전염력이 최고조였다가 증상이 심화될수록 점점 줄어듭니다.
그런데 메르스 바이러스는 증상이 시작될 때 바이러스를 조금씩 내뿜다가 증상이 심해질수록 내뿜는 바이러스 양이 많아집니다. 그런데다 메르스는 공기 감염이 아니라 비말 감염(침이나 콧물 등을 통한 감염)입니다. 홍역이나 결핵같이 숨만 쉬어도 멀리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 입자는 무거워 2~3m도 못 가 떨어집니다.
현재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이나 평택성모병원 등을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격리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진원지인 병원을 다녀왔거나 수퍼전파자와 접촉하고도 이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경우입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지역사회에 숨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이환종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그리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증상 초기에는 전염력이 아주 약하니까요. 또 메르스 바이러스는 특성상 아이에게 잘 옮기지 않습니다. 이런 감염의 특징 때문에 학교나 어린이집, 또는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이 교수는 “교통사고가 날까 무서워 차를 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신원 교수는 “아이와 일상생활을 하되 마스크 끼기, 손 잘 씻기, 손을 얼굴로 가져가지 않기 등을 잘 교육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몰린 곳은 피하는 게 좋겠죠. 비행기도 사고 날 확률은 0.0019%지만 타기 전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고 긴 시간을 들여 대피 방법을 교육받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