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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이응준과 레옹

















 

뜨겁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유월의 논바닥만큼이나 갑론을박이다.

논란의 불을 지핀 이응준의 글을 접하자마자 영화 ‘레옹’이 떠올랐다.



3년 전에도 그랬다. 그를 보고 ‘레옹’을 연상했었다.

2012년 2월 21일 중앙일보 스튜디오, 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저자로서 인터뷰였다.



한국 정치 풍자 소설이었다.

정적(政敵)인 여야 의원이 사랑에 빠지는 겉모양새이지만, 정치권 풍자를 품고 있는 소설이었다.



취재기자가 물었다.

“사랑과 정치를 한꺼번에 소설로 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위아래 모두 검은 옷, 검은 뿔테 안경의 그가 답했다.

“정치권의 이분법적 풍경을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사랑 얘기가 필요했다. 이 소설이 사랑과 인생에 대한 희극적 교본이 되길 바랐다.”



그의 답을 듣는 순간, 불현듯 ‘레옹’이 스쳤다.



정치권을 풍자한 소설의 내용을 설명할 땐 신랄했다.

“우리 정치권도 자의식에 좀 시달려야 한다. 도대체 너무 뻔뻔하다. 사랑이란 숙제가 없다면 인간은 빛을 잃고 시들 것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탓인가? 아니면 날 선 비판 탓인가?

‘레옹’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튜디오를 둘러봤다.

난데없던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웬 화분인가 했다.

때마침 한 후배가 촬영 후 화분을 두고 간 게다.

어떻게든 저 화분을 들게 하여 사진을 찍으리라 작정했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 먼저 거울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었다.

너와 나, 여와 야, 좌와 우, 이 모두 마주 보는 거울 속의 제 모습이란 의미였다.

그리고 말미에 화분을 들게 했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의 눈빛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날 선 눈빛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그가 물었다.

“왜 화분을 들고 찍어야 하죠?”



“좀 유치할 수도 있는데요. 이응준씨의 인터뷰를 들으며 ‘레옹’을 생각했습니다. 정치권 풍자와 문단에 대한 날 선 비판, 문단의 ‘레옹’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유치하면 신문에 안 쓰면 되니 일단 찍어 봅시다.”



“그냥 들고 있으면 되죠?”라고 되묻는 질문이 허락의 뜻으로 들렸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사진 마감을 했다. 거울 이미지와, 얼굴 클로즈업, 그리고 화분을 든 사진, 모두 세 종류의 사진이었다.



신문 제작 당일, 문화부장의 전화가 왔다. 다른 취재 중이었기에 신문제작 현황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화분은 왜 들고 찍었는데….”



“어! 그 사진 골랐어요?” ‘레옹’ 이야기를 문화부장에게 또 해야 했다.



“그렇다면 그 화분의 식물 이름이 뭐야?” 신문마감 시간이라 목소리가 다급했다.



“아! 이름은 모르겠는데요. 미처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알았어”라며 전화를 급히 끊었다.

이름까지 찾아둘 생각을 못했다. 꼼꼼히 챙기지 못한 일을 자책하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부랴부랴 일을 마친 후, 신문 대장을 살펴봤다.

문화부장이 그 식물은 ‘스파티필룸’이고 공기정화 식물이라고 사진설명을 써 놓았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그럴싸했다.



신문 게재 후, 한 달쯤 지나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의 시집 『애인』을 준비 중인데,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 했다.

바로 신문에 게재된 그 사진을 요청하는 게다.

시집의 저자사진으로 사용하고 싶다 했다.

적어도 그가 유치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으리라 짐작했다.



그 후, 잊고 있었던 그가 요 며칠 문단을 달구고 있다. 이응준이란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릴 때마다 또다시 ‘레옹’이 떠올랐다.



뒷담화를 준비하며 당시 취재기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의견을 물었다.

즉시 온 답이 ‘레옹 사진?’ 이었다.

나 혼자만 ‘레옹’을 연상한 게 아니었던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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