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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라거 vs 수박 에일 올 여름 승자는

서울 강남의 필스너 우르켈 팝업스토어. 빨간 기차가 운반해주는 맥주와 함께 체코 대표 간식인 트르들로 등을 맛볼 수 있어 현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바야흐로 맥주 전국시대다. 하이트와 카스가 양분하던 시장에 클라우드가 뛰어들어 삼파전을 맞이한 데 이어 각기 다른 개성을 내세운 수제 맥주까지 대거 등장하면서 무엇을 마셔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것. 마음은 메마르고 목은 마른 데 더운 날씨까지 맥주 한 잔 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맥주의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을 모아보았다.

돌아온 맥주의 계절

간단 안주 곁들인 ‘길맥’ 맥주 라인업 빵빵
수입 맥주 열풍은 4~5년 전 창고형 맥주집에서 시작됐다. 냉장고 가득 들어있는 맥주 중 자기가 마실 맥주를 직접 골라 바구니에 담는 셀프 서비스 방식으로 외부에서 가져온 안주 반입이 가능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점점 더 다양한 맥주 라인업이 갖춰지면서 맥주 입맛도 바뀌기 시작했다. 라거보다 에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발효통 위로 떠오르는 효모로 만든 상면발효 맥주인 에일은 하면발효 타입의 라거보다 깊은맛이 특징이다. 페이스북 맥주 페이지 ‘비어 마스터 클럽’을 운영하는 최선희씨는 “2014년 올해의 맥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주(51%)와 벨기에(45%)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며 “복수응답이 가능했지만 에일(75%)과 스타우트(39%)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1842년 필스너 라거가 탄생하면서 맥주의 중심지를 독일에게 넘겨줬던 영국과 그 후발주자들이 만드는 에일이 다시 승기를 넘겨받은 셈이다.

사람들이 독특한 맥주를 찾아나서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바틀샵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태원에 자리 잡은 우리슈퍼를 필두로 더바틀샵, 비어슈퍼 등이 전국 각지로 퍼지고 있는 추세다. 가게 앞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에서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길맥’하는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더바틀샵 이승권 대표는 “일본에서 5~6년 걸려 갖춘 맥주 라인업을 우리는 1년 반 만에 80% 정도 따라잡았다”며 “라거 대신 에일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의 미국 맥주가 부담감이 덜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치 서양인이 고추장을 처음 먹었을 때 느끼는 자극적이면서도 끌리는 맛이 미국 맥주라면, 된장처럼 낯설어서 꺼려질 수도 있지만 더 깊은맛을 자랑하는 것이 벨기에 맥주란 설명이다. 이 대표는 에일 입문자에게는 라구니타스 데이타임(미국)처럼 도수가 좀 더 낮게 만들어진 세션 IPA를 권했다.

1~3 통의동에 있는 개스트로 펍 합스카치. 고즈넉한 한옥과 미국 남부식 요리가 만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독일ㆍ미국ㆍ벨기에 수제맥주가 준비되어 있고, 여름 한정 메뉴인 수박 맥주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4, 5 독특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이태원 파이루스. 파이루스의 시그니처인 트로피컬 페일 에일은 물론 신사동 퐁당과 함께 만든 여름안에서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준비돼 있다.
미국발 크래프트 비어 열풍…한국식 맥주도 속속 출시
미국양조협회(ABA)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 맥주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36% 증가해 사상 처음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중 한국은 2013년 주요 수출국 10위에서 지난해 5위로 다섯 계단을 껑충 뛰어올랐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된 수제 미국 맥주가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은 셈이다.

지난해 개정된 주세법도 불을 지폈다. 제조장 시설 및 유통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중소기업도 맥주를 만들고 판매하는 일이 한결 용이해졌다. 더 핸드 앤 몰트의 도정한 대표는 “지난해 5월 경기 남양주에 양조장을 처음 열었는데 벌써 100군데 펍과 레스토랑에 납품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독일식보다는 산뜻한 벨기에나 가벼운 미국식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을 연 개스트로 펍 합스카치는 이 같은 트렌드를 발 빠르게 차용했다. 서촌의 한옥집에서 벨지안 위트를 마시며 미국 남부식 요리를 즐기는, 문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식이다.

펍에서 개발한 자체 레시피를 토대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늘어남에따라 보다 창의적인 맥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태원의 개스트로 펍 파이루스와 신사동 퐁당 크래프트 비어 컴퍼니는 지난 10일 첫 컬래버레이션 맥주 ‘여름 안에서’를 선보였다. 이인호 파이루스 대표는 “함께 미국 맥주 여행을 다니며 갓 만든 IPA를 많이 마시다 보니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마실 법한 여름 맥주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으게 됐다”고 했다.

보다 한국적인 스타일로 출사표를 던지는 경우도 있다. 2011년 10월 맥주 제조 일반면허 1호를 획득한 세븐브로이맥주는 그동안 펍에서 수제 맥주를 판매하다 지난 4월부터 병맥주 9종을 출시했다. 특히 홍삼 라거는 이미 중화권 수출을 타진 중이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사계의 ‘개나리’, 젖산균의 시큼함을 자랑하는 부산 와일드웨브의 ‘설레임’ 등 이색 크래프트 비어도 잇따르고 있으니, 머지않아 특산물 로고가 붙은 우리 동네 맥주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6, 7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이태원 더 바틀샵. 원하는 맛을 이야기하면 맞춤형 맥주를 추천해준다. 아래는 이승권 대표가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맥주로 꼽은 프리마토 바이젠ㆍ라구니타스 데이타임ㆍ씨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 8~10 필스너 우르켈의 필젠 브루어리로 재현한 레스토랑 더 미트. 크리스피ㆍ밀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필스너 우르켈을 즐길 수 있다.
빨간 기차가 운반하는, 슬러시처럼 얼려먹는
진정한 한정판을 만나보고 싶다면 각 브랜드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3년 시작된 주류 업계 팝업스토어는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면서 신상품과 문화 이벤트로 무장해 한층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 여름 가장 눈길을 끄는 팝업스토어는 강남역 레스토랑 더 미트에 위치한 필스너 우르켈이다. 1800년대 세워진 체코 필젠의 브루어리를 그대로 재현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문으로 들어가 2층에 올라가면 ‘최초로 기차를 통해 수출한 맥주’라는 스토리에 맞게 빨간 장난감 기차가 맥주잔을 싣고 레일을 따라 배달에 나선다.

단순히 맥주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마시는 법을 전수하는 것도 특징이다. 더 미트 이중하 대표는 “맥주를 따르는 방법에 따라 밀코와 크리스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거품 위주로 만드는 밀코는 거품이 사라지기 전에 한번에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스너 우르켈은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당초 일정(4월 23일~6월 20일)보다 1달 연장해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카페 노블에 자리 잡은 기린 이치방 가든 팝업스토어(6월 4일~7월 15일)에서는 기린 이치방 쿠로(흑맥주)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얼린 거품을 슬러시처럼 생맥주 위에 올린 프로즌 나마인 기린 이치방 시로도 인기 메뉴다. 수입사인 하이트진로 홍보팀 김승록 과장은 “강레오 셰프와 함께 맥주에 맞는 안주를 만드는 푸드쇼도 인기 프로그램”이라며 “하루 400잔이라는 한정 판매 역시 고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소”라고 말했다.

보다 시원한 맥주를 원한다면 서초동 부티크모나코에서 운영되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엑스트라 콜드바(5월 26일~9월 30일)도 좋은 선택이다. 보통 5~6℃로 제공되는 아사히를 영하 2℃로 즐길 수 있으며 셀프 서빙 체험부스에서 직접 맥주를 따라보는 마이스터 경험도 할 수 있다.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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