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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폭력을 버리고 드라마로 승부했다

[매거진M]폭력을 버리고 드라마로 승부했다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어쩌면 곽경택(49) 감독의 작품 세계는 ‘극비수사’(6월 18일 개봉) 이전과 이후로 나뉠지도 모르겠다. 감독 스스로 “이전에는 자극적인 묘사가 내 무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그 무기를 내려놓고 찍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무기를 버린 곽 감독. 과연 이번에는 어떤 승부수를 던졌을까.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6월 초. 인터뷰하기로 약속한 시간, 스튜디오에 나타난 곽 감독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편안한 차림을 의식한 듯, 그는 걸죽한 부산 억양으로 먼저 이렇게 물었다. “반바지여도 괜찮죠?” 털털하게 웃는 모습에서 여유가 풍겼다. 포토그래퍼가 셔터를 누르자, “사진 찍을 때 포즈를 취하는 게 영 어색하다”며 웃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강렬했다. 그 눈빛에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익숙함에 대한 확신이 아른거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어떻게 구상했나.

“‘친구2’(2013) 시나리오 준비를 위해 부산에 내려가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부산의 한 형사에게 1978년에 일어난 부산 초등학생 유괴 사건 이야기를 들었다. 워낙 파장이 컸던 사건이라 대략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들어 보니 재미있는 대목이 있었다. 형사와 도사가 의기투합해 사주를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형사와 도사가 올곧은 소신을 갖고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 왔다는 말에, 감을 확 받았다.”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나.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유괴된 아이가 내 여동생과 같은 학교에 다녔다. 그 사건으로 부산은 물론 전국이 시끄러웠다. 초등학생들이 (유괴에 대비해) 호루라기를 항상 들고 다녔을 정도다. 그 여동생이 영화사 바른손 필름 곽신애 대표다(웃음).”

-극 중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은 실제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썼는데.

“80% 이상이 실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들을 영웅처럼 묘사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공된 이름이 필요 없었다. 얼마 전 공 형사 사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이 영화 주인공이 바깥양반이라는 걸 지인들이 알고 연락을 하도 많이 해 귀찮다’고 하더라. 하하.”

-사건이 꽤 밀도 있게 담겼지만,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시나리오는 보통 뾰족한 지점이 있어야 잘 읽힌다. 뾰족하다는 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로 채워진 자극적인 장면이다. 주로 내 이전 영화의 시나리오가 뾰족했다(웃음). 하지만 이번 영화는 자극적 요소를 배제하고, 정공법으로 드라마를 밀어붙여 보고 싶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곽 감독 영화가 아닌 것 같다’고도 하더라.”

-곽 감독 고유의 마초적 세계관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장르적 재미도 줄어든 느낌인데.

“이 영화를 스릴러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 투자사 측에선 폭력적 장면 같은 상업적인 코드를 요구했지만, 소재를 단순히 상업화하고 싶지 않았다. 투자사를 끝까지 설득해, 결국 드라마에 힘을 준 영화로 만들었다. 야구에 비유하면, 9회 말 2아웃에서 직구로 승부수를 던지는 심정으로 촬영했다.”

-어떻게 드라마에 힘을 줬나.

“형사와 도사가 유괴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을 내던지는 모습을 꾹꾹 눌러 담았다(웃음). 자신의 일처럼 비장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두 사람의 모습만 보여줘도 드라마에 힘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원래 시나리오 초고 제목은 ‘형사와 도사’였다.”

-견해가 달라 갈등을 겪던 공 형사와 김 도사가 놀이터에서 ‘소신’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소신을 부각시킨 이유는.

“가끔 내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 선배가 있다. 그가 ‘이 영화는 소신에 관한 이야기네’라고 하더라.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공 형사와 김 도사의 모습을, 소신만큼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있을까. 소신을 지키는 건 힘든 일이다. 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극비수사’를 통해 이 시대에 소신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으로서 당신의 소신은 무엇인가.

“영화감독 초창기 시절에 아버지가 그러셨다. 네가 아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라고. 섣불리 아는 척하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이것은 내 좌우명이기도 하다.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이야기면 관객도 소화할 수 없다고 본다.”

-혹시 아는 척하며 만들었다가 반성한 작품이 있나.

“‘친구2’는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이야기였고, 전편을 답습하려 했다는 점에서 반성했다. 하지만 당시 내겐 꼭 필요한 영화였다. ‘친구2’를 찍기 전까지 상황이 안 좋았다. 여러 번 투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상업영화의 궤도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잘 기획된 영화가 필요했다. ‘친구2’를 만들어 힘을 얻고 싶었다. 개봉하고 나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최소한 진루타는 쳤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윤석, 유해진과는 첫 호흡이다.

“윤석씨는 정말 치열하게 작품에 임하는 배우다. 현장에서는 온통 영화만 생각한다. 그런 모습이 자칫 지나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열정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됐다. 나도 기가 세고, 윤석씨도 자기 주장이 강하니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려한 사람들도 있었다. 윤석씨와 함께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해진씨도 정극은 오랜만이라 부담됐을 텐데, 역할을 잘 이해해준 것 같아 고맙다.”

-실제 김 도사가 사주를 봐줬다고 들었다.

“내가 미국 유학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패륜아가 됐을 것이라고 하더라(곽 감독은 의대를 자퇴하고 스물여섯 살에 뉴욕대로 유학을 떠났다). 내가 워낙 끼도 많고, 호기심도 많다. 그 에너지를 영화라는 그릇에 담을 수 없었다면, 아마 삐딱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사주라는 것도 주파수가 맞는 사람이 있는 것 같고(웃음).”

-차기작은.

“지금까지 해 보지 않은 새로운 장르로 방향을 틀어보고 싶다. 강도 때문에 어머니를 여읜 검사가 사건을 파헤치는 판타지 스릴러다.”


글=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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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