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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의 여운이 있는 만남]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국회의원은 경상도에서 나올 것”

미래 계획에 대해 묻자 다니엘 튜더(오른쪽)는 서울에서 친구들과 같이 운영하는 맥줏집 ‘더 부스’와 영국에서 공동 설립한 독립언론매체 ‘바이라인’이 자리 잡으면 한국으로 돌아와 노인들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한국인보다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갖는 영국 청년 다니엘 튜더. 그의 글을 접할 때마다 냉철하고 분석적인 접근과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펼치면서도 “내 이야기를 다 들을 필요는 없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청년. 누군가 “당신이 뭘 아느냐? 당신이 한국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한국에 애착을 느끼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가니 신경 쓰게 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는 솔직한 청년. 그와의 두 시간은 인터뷰라기보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된 즐겁고도 유익한 만남이었다.

다니엘 튜더와 함께







혜민 : 2002년 월드컵 때 처음 한국을 찾았다가 사랑에 빠져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비롯해 여러 일을 하면서 한국에서 총 7년간 머물렀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어떤 점이 좋아 쉽게 떠나지 못했나요?



 튜더 : 개인주의가 강한 영국과는 달리 한국은 ‘우리’라는 따뜻한 문화가 있어요. 그래서 친구를 한번 사귀면 정말로 끈끈한 우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외국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한국은 주로 북한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한 나라, 혹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낸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의 나라, 아니면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한국의 극단적인 모습들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한국에서 가장 매력을 느낀 사람들 간의 ‘정’이나 ‘흥’을 아는 한국인의 정서는 이곳에서 살아 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혜민 : 한반도를 주제로 한 책을 이미 영미권에서 세 권이나 출간했습니다. 그중 이번에 번역돼 나온 최신작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을 보면 영국이나 미국처럼 서비스업만을 중시하고 제조업 분야를 무시하면 울산과 창원의 미래가 미국의 디트로이트처럼 어두울 수 있다고 했어요.



 튜더 : 1960년대 디트로이트는 지금 한국의 울산처럼 미국에서 가장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했습니다. 영국의 뉴캐슬과 글래스고도 선박을 건조하면서 부자 도시가 됐고요.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공업 도시들이 부상하면서 이 도시들은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에 시달리는 문제의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현재 중국이 빠르게 따라오면서 한국 제조업의 경쟁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많은 경제전문가가 주로 영미권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제조업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 독일이나 스위스 모델이 아닌 서비스업 중심의 영미권 모델을 생각하며 정책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중국 같은 나라가 부상할수록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독일의 ‘미텔슈탄트(Mittelstand)’와 같은 첨단 부품을 만드는 하이테크 중소기업의 육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혜민 : 일본에서 유학할 때 유명하지는 않지만 첨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고부가가치 부품들이 한국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수입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유독 대일 무역수지만큼은 항상 적자인 것 같아요.



 튜더 : 맞습니다.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특정 산업에만 정부 지원금이 지원되는 게 아니라 첨단 기술을 개발하려는 다양한 중소기업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에서도 보다 다양한 하이테크 중소기업이 활발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대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더불어 뛰어난 공학박사들이 국내로 들어와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외국으로의 두뇌 유출을 막아야 합니다.



 혜민 : 한국이 좀 더 행복한 나라로 발전하려면 복지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복지 증진의 열쇠는 어떤 ‘프레임’을 통해 보느냐에 달렸다고 했는데요.



 튜더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복지 지출이 10% 미만인 두 나라 중 하나입니다. 상당히 적은 수준이지요. 15%로 늘린다고 해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기존에는 복지를 좌파와 우파 모두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짜로 주는 시혜’라는 관점으로 봤습니다. 그러니 잘못하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사회적 지위 상승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배 중심의 담론은 통하기 어렵습니다.



 혜민 :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관점의 접근을 해야 할까요?



 튜더 : 제가 볼 때 복지는 정부가 국민에게 하는 ‘투자’입니다. 국민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투자를 하고 나중에 성공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지요. 실제로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경우 90년대 초반 싱글맘으로서 정부 수당을 받아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영국 복지제도에 ‘빚을 졌다’는 생각에 다른 나라로 이주하지 않고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며 영국에 살고 있습니다. 시혜적인 느낌을 주는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 같은 접근이 아니고 투자 중심의 프레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혜민 : 경제 민주화라는 프레임도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왜 그렇지요?



 튜더 : 저는 경제 민주화보다는 ‘경제 정상화’라는 용어를 더 선호합니다. ‘민주화’라고 하면 왠지 좌파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 대부분의 문제는 정치보다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기인합니다. 한국인이 경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미국만 봐도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엄격합니다. 미국 7대 기업이었던 엔론사에서 2001년 벌어진 회계 부정사건의 장본인들은 아직도 감옥에 수감돼 있어요. 하지만 한국의 경우 세금 포탈, 뇌물 수수, 사기, 폭행죄로 기소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지요. 가격을 담합해도 벌금이 그리 높지 않고요.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의 시장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상)’의 원인이 되며 결국 기업들의 주식 평가에 악영향을 줍니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져 한국 주식시장이 10%만 절상돼도 120조원이 증가합니다. 국민 1인당 250만원씩 돌아가는 큰 액수입니다.



 혜민 : 얼마 전에 보니까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튜더 : 허리가 굽은 노인들이 한밤중에 박스나 캔을 주우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2014년 통계청에 따르면 49.5%의 한국인만이 부모님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결국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한 뒤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라면 부모님을 부양하는 가정에 세금을 경감해 주거나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노인들이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만들겠습니다. 현재는 자식에게 부양을 받으면 오히려 정부로부터의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또한 은퇴 이후 몇십 년은 더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연륜 있는 50~60대가 세운 협동조합이나 기업에도 정부가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노인에게도 합당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국내 관광·보건·레저 등의 산업도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혜민 : 집필한 책에서 현재로서는 집권당인 새누리당만이 체계적인 조직력을 갖추고 전략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치며 어떻게 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지 간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다 잘못하면 일본처럼 일당체제가 지속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퇴색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금 현재 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튜더 : 새정치민주연합은 일자리·생활비·교육이나 보건 등 주요 이슈를 주도하기보다는 따라잡기식 반응만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합리적이고 진보적 의제를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이명박(MB)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식의 네거티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어요. 하지만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끝이 났지요. 여당과의 진흙탕 같은 싸움으로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일은 멈추고, 긍정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합니다.



 혜민 : 현재 야당은 20~30대 젊은 세대와의 교감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일수록 진보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짙을 텐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튜더 : 제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당사를 방문했을 때 당 대변인에게 전통적으로 진보의 이슈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어떤 정책이 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예를 들어 가수 이효리씨와 같은 젊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만한 동물 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숨어서 힘들어하는 많은 성소수자의 권리, 전 세계를 위협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정책들이 있는지를요. 그런데 한 가지 이슈에 대해서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뚜렷한 정책이 없거나 그 분야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와 반대로 여당은 이자스민씨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세우며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 출생의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이 부분 역시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전통적으로 진보당이 나서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민주당은 별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혜민 : 결국 야당은 젊은 세대나 다른 여러 사회적 약자의 이슈에도 관심을 갖고 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군요.



 튜더 : 그렇습니다. 2014년 12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서 동성결혼을 가장 많이 지지한 지역은 바로 39%의 지지율을 보여 준 경상남도라고 합니다. 그 다음이 38%의 지지율을 보인 경상북도이고요. 즉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여기는 지역에서 가장 큰 지지를 보여 준 것입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한국 최초 성소수자 국회의원도 경상도에 지지 기반을 둔 새누리당에서 먼저 나오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즉 진보 쪽에서 해야 할 일을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하지 않으니 여당이 리드하는 상황이 계속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혜민 :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으십니까?



 튜더 : 저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앞으로 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책을 한국 정치나 경제 문제에 대해 최종 진단이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함이 아닌 관련 논의를 촉발시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습니다. 제 의견에 다 동의할 필요는 없으며 독자 스스로의 의견을 갖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니엘 튜더는



198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경제학·철학을 공부했다. 2004년 이후 한국에 머물며 미국계 증권회사와 한국 증권회사에서 일했으며 2009년 맨체스터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헤지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다 2010~2013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다. 한국에서는 “한국 맥주 맛없다”는 기사를 쓴 기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친구들과 독립매체 바이라인(www.byline.com)을 설립해 새로운 언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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