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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메르스 한달…정부의 위기관리 '중간평가'

[앵커]

한 달이 됐으니까 이걸 좀 점검해 볼 때가 됐죠. 내일모레면 국내에 메르스가 확산된 지 꼭 한 달이 되는데 대한민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는데 지금 들으신 것처럼 시민들의 평가는 썩 좋지 않습니다. 그간 여러 가지 조치가 있었지만 왜 불안감이 잡히지 않는 것인가, 오늘(18일) 팩트체크에서 앞으로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이 부분을 한번 면밀하게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정부가 위기관리를 잘했느냐 못했느냐, 평가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에서는 이런 대규모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위기와 긴급위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180쪽짜리 매뉴얼을 만들어놨는데요.

물론 우리와 미국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13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 단계별 정부의 행동지침과 커뮤니케이션 방식, 심지어 유가족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건네라는 부분까지 자세히 적어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통해 우리 정부의 지난 한달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겠다고 판단했는데, 첫 번째 지적할 부분은 이겁니다.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5월 29일) :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해서…]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6월 8일) : 아마 오늘이 가장 피크가 될 것 같습니다. 바라건대는 내일이나 모레부터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얘기를 한 게 무척 오래전 일입니다. 그래서 사태 초기에 저렇게 강하게 얘기한 것은 물론 지나친 걱정을 줄이기 위한, 그러니까 안심을 시켜주기 위한 그런 의도라고 볼 수는 없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는 건데요. 하지만 그런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CDC 이 보고서상에서 드러납니다.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보면 "감염병 관련 정보는 추측을 최소화하고 확대해석을 피하며, 조사나 통제방식에 있어서 지나친 확신은 금물"이라고 돼 있습니다.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데이터도 부족한 상황에서, 조금 전에 이제 문 장관의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게 하겠다라고 한 말도 있었지만 또 그밖에 "3차 감염은 없다", "잠복기는 14일이다." 여러모로 섣부른 확신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 점이 초기부터 저지른 실수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그게 문제는 너무 확신에 차서 발언을 하니까 그게 어긋났을 때의 신뢰가 무너지는 문제 그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결과를 낳았다라는 지적도 나오는 건데요. 그다음에 또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또 한번 보시죠.

[김문수/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 이 메르스, 중동 낙타 독감인데 이것 때문에 그냥 난리예요. 여기 특히 마산 이쪽에는 사실 죽은 사람이 없잖아요. 근데 난리예요. 그런데 원자폭탄은 아무도 겁을 안 내요. 대한민국 사람, 웃기는 사람들이에요.]

[앵커]

걱정하는 사람들이 졸지에 웃기는 사람들이 돼버려서…어느 한 대학 강연에서 한 얘기죠?

[기자]

네, 물론 취지는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 없다, 우리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CDC 매뉴얼 상으로 보면 이 역시 바른 대응은 아닙니다.

15페이지에 보면 사람들이 감염병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면서 "혹시 그 공포가 그릇된 것이라 할지라도 멍청하다고 하지 말아라. 사람이니까 겁을 먹는 거다.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적어 놨습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정부 인사는 아니지만, 정치인도 국민을 안심시킬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새겨들을만한 부분인 거죠.

[앵커]

여기에서 강조는 안 됐지만 맨 위에 '사람들의 두려움을 인정하라.' 금방 와 닿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매뉴얼이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이라고 있는데, CDC보다 적은 80여쪽짜리지만 각 부처별 대응법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적어놨습니다. 그렇다면 이 매뉴얼대로라도 잘 적용이 됐는지, 또 다른 사례로 짚어봤습니다.

[김우주 공동팀장/민관합동TF 즉각대응팀 : 폐렴 내지 패혈증, 이런 상황들은 종종 오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만 89세라는 아주 고연령…이 분 기저질환 말씀드려도 되나요? 보니까 뇌경색이 있고, 89세고… 이런 지병이 있는 분이 사실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통상적으로 중환자실에서 폐렴, 또 심한 경우는 패혈증이 올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앵커]

이런 것에 대한 반응은 저희가 SNS에 글로 1부에 잠깐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마는. 건강한 젊은 사람들은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는 취지로 기저질환 얘기를 하기는 한 건데. 그렇다면 나이 든 분들 또 나이가 들다 보니까 또 여러 가지 기저질환이 있으실 수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얘기냐 논란이 있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CDC 매뉴얼상으로 언론 창구가 될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첫 번째로 공감능력을 꼽았는데요. 우리 매뉴얼에도 '피해자 등 국민 정서를 항상 염두에 두고 발언하라, 피해자 입장에서 할 말과 하지 말야야 할 말을 구분하라'고 돼 있습니다.

지금 메르스 사망자 가족은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또 사망자는 감염 우려 때문에 곧장 화장로로 들어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인데, 앞서의 발언은 취지와 상관없이 매뉴얼에 어긋난 면이 있는 거죠.

[앵커]

요즘은 기저질환이 없던 분들도 생명을 잃거나 위독한 그런 상황도 있어서 더 걱정이기도 한데 짚어볼 게 또 있습니까?

[기자]

마지막으로 최근 문화관광부의 발표자료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며 한국에 왔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되면 모든 여행경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고, 사망 시 최대 1억원까지 주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당장 이게 말이 되냐, 메르스 국가라고 광고하는 거냐, 비판도 상당했습니다.

우리 매뉴얼에서도 감염병 창궐 시 문화관광부가 해야 할 일을 보면, 대국민 홍보부터 해서 대규모 행사 자제 조치를 하고, 더 심각해지면 국내외 여행상품 판매를 자제시키는 조치까지 내리게 돼 있습니다.

매뉴얼에 없는 창의적인 대책을 내놨다가 오히려 빈축을 사게 된 셈인 거죠.

[앵커]

매뉴얼이 중요하다는 것은 최소한 그 정도만 지키면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CDC의 180페이지 정도까지 되는 매뉴얼은 아니더라도 한 80페이지 된다고 했는데, 우리 것이. 그것만이라도 처음부터 제대로 잘 지켰으면 훨씬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었지 않겠느냐라는 그런 얘기 같습니다.

[기자]

그나마도 우리 매뉴얼 보면서 더 아쉬움 남는 부분 있었는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부분을 보면 초기 발표가 정부의 신뢰를 좌우한다, 알려질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마라, 정직이 최우선이다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앞으로 메르스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다시 한번 숙지해 신뢰 회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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