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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항체’ 제공한 공군 원사, “필요하면 언제든 내 피 뽑아라”

어둠이 짙어지는 가운데 천안 단국대병원에 지난 12일 구급차 한 대가 도착했다. 다리에 깁스를 한 군인 한 명이 내렸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그는 병원 시술실로 들어갔다. 마스크를 한 의료진은 그의 왼팔에 바늘을 꽂고 기계를 작동시켰다. “웅~” 하는 기계음과 함께 혈액이 빠져나갔다. 잠시 뒤 기계 옆에 걸어놓은 튜브에 담황색 액체가 담기기 시작했다. 원심분리를 이용해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제외한 혈장을 추출하는 과정이었다. 혈장을 제외한 혈액 성분들은 다시 그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날 시술을 받은 사람은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고 사흘 전(9일) 퇴원한 공군 김모(44·사진) 원사였다. 메르스를 이겨낸 사람에게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분리해 확진환자에게 수혈하기 위한 조치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16일 “혈장 주입치료는 마지막 수단 중 하나”라며 “항체가 형성된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해 바이러스로부터 저항력을 갖도록 하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2시간여에 걸쳐 채집된 김 원사의 혈장은 400㏄나 됐다. 메르스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피를 제공한 김 원사와 16일 전화통화를 했다.

 -혈장 제공 시술은 어땠나.

 “조금 피곤했지만 몸에는 전혀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혈장 채취에 응하게 된 동기는.

 “메르스에서 완치된 뒤 국군수도병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감사한 마음도 있었고, 군인으로서 국가 비상사태에 뭐든 하고 싶었다. 병원에서 혈장을 제공해줄 용의가 있는지 물어 단번에 응했다.”

 -앞으로도 혈장 치료를 도울 생각이 있나.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할 거다.”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시술했는데 망설여지지 않던가.

 “면역체계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서 불안감은 없었다. 군인이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완치됐는데.

 “평택 병원에선 감염 사실을 전혀 몰랐다. 국군수도병원 입원 이틀째부터 2~3일 동안 약간의 열이 났고, 어깨와 팔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뻐근한 느낌이 있었다. 잠을 못 자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증상이 약하다는 얘기를 의사들이 했다. 군인이다 보니 평소 체력관리를 하는 것도 있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은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달 초 부대에서 축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을 다쳐 메르스 1호 환자가 발생했던 평택 성모병원에 입원했었다. 김 원사는 “환자분들이 빨리 완치돼 평소대로 활동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에선 김 원사를 포함해 2명의 완치자로부터 혈장을 제공받아 2명의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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