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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최전선서 싸우는데 … “의료진 자녀 학교 보내지 마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가 4명 늘어 총 154명, 사망자는 3명 증가한 19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119구급대원이 이송한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은 당분간 메르스 감염증상 환자만 받는다. [뉴시스]

서울 상계백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 [뉴시스]
경기도 화성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O씨(46)는 지난 15일 초등학생 딸의 얘기를 듣고 온몸의 힘이 풀렸다. 서울지역 학교에 다니는 딸이 귀가 후 “친구들이 ‘OO 엄마가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에 다니니 어울리지 말자’고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며 속상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근무하는데 아이까지 상처를 받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 병원에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긴 했다. 하지만 간호사 O씨가 딸의 얘기를 들은 날 병원이 격리에서 해제된 상태였다.

 서울·경기 지역에 내려졌던 학교 휴업령이 풀려 학생들은 정상 등교하고 있었으나 이 병원의 일부 간호사의 아이들만 예외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이들에게 등교 자제를 요청해 간호사들은 어쩔 수 없이 긴급히 휴가를 냈다. 이 병원 김정미 간호부장은 16일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병원 별관에 방을 만들어 간호사끼리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거나 경유한 병원 의료진은 언제 바이러스에 노출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의료진의 자녀가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빚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부모가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에서 일한다는 게 알려진 학생들은 학교에서 ‘특별 대우’를 받기도 한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의사 K씨(45)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의 중학교인데도 아버지의 근무처를 파악한 교사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집에 알려왔다”며 “전국 학교에서 발열 체크를 하기 전부터 아이는 매일 등교 직후 보건실에 들러 열을 잰 뒤 교실로 가야 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는 의료진 자녀를 공개적으로 조사한 뒤 귀가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전 K병원 관계자는 “이달 초 학교 측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자녀를 조기 귀가시켜 친구들 사이에 낙인이 찍혔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측이 “부모가 K병원에 다니면 손을 들어보라”며 아이들을 상대로 조사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대전 D병원의 한 의사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너랑 같이 다니면 메르스에 걸릴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울더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선 이달 초 자택격리 중인 의료인들의 아파트 이름과 호수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돌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2일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주재 메르스대책회의에서 “의사를 부모로 뒀다는 이유로 등교 자제를 요구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전염병 진료를 하는 의료진은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이 감염되지 않도록 충분히 예방 조치를 한다 ”고 설명했다.

 의료진과 가족을 향한 ‘메르스 낙인찍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전 D병원 의사는 “오래 산 동네인데 미용실과 과일가게에서 아이들에게 오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의료진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아파트단지도 있다”고 전했다. 감염자가 양산된 병원 종사자로 알려진 한 간호사는 “종일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하고 바이러스와 싸우다 집에 와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어린 자녀와 가족을 만지기가 두렵다. 나로 인해 가족들마저 회사와 학교에서 바이러스 덩어리인 양 취급받는데 어떻게 억울하지 않겠느냐”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의료진에게 힘내라는 응원 한마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료진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학교 측이 등교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특히 다른 아이들이 보는 데서 조사한 것은 학생들이 볼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성탁·박유미·박병현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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