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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한류’ 중동 편식 벗어날 때 … 중국의 AIIB가 기회

해외 건설 진출 50년 만에 누적 수주액 7000억 달러를 돌파한 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초고속 성장이다.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집념이 만들어낸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국내 건설사는 열대우림·사막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반드시 약속한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낸다는 이미지를 쌓았다. 김운중 해외건설협회 진출지원실장은 “한국이 저유가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형 공사를 따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 기간 준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해외 건설의 역사는 1965년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2전3기 끝에 태국 고속도로 공사(540만 달러)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300만 달러 적자를 봤지만 해외 선진 기술과 장비를 들여올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73년 중동에 진출했다. 삼환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공사(240만 달러)였다. 이후 한국 예산의 25%에 해당하는 수주액이었던 76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9억4000만 달러),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린 84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105억6000만 달러)로 공사 규모를 키운 끝에 93년에 누적 수주액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05년엔 삼성물산이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3억600만 달러)를 수주했다. 대형 공사로 자신감이 붙자 수주액은 급속도로 늘었다. 1년6개월꼴로 1000억 달러씩 수주액을 늘렸다. 결국 2006년 2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 9년 만인 올해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한국 해외건설은 매출액 기준으로 독일을 앞질러 세계 5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기준 연간 매출액은 독일 466억 달러, 한국 424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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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그동안 세계적 수준의 시공 기술력과 성실함을 무기로 해외시장을 누볐지만 유가 하락이라는 난관을 만났다. 이를 극복하자면 중동과 플랜트에 편중된 사업 다각화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수주 지역을 아시아·아프리카와 같은 신시장으로 넓히는 한편 한편 설계·금융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진출을 늘려 유가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다고 지적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중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균 주택보급률이 50%에 그치는 아시아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개발도상국 개발계획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업체끼리의 과당 경쟁도 지양해야 한다. 2013~2014년 국내 대형 업체가 해외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 손실을 기록한 것도 이처럼 우리 업체끼리의 저가 경쟁으로 제 발등을 찍은 결과다. A건설 관계자는 “중동은 물론 싱가포르 등에선 우리나라 업체끼리 상호 비방하는 예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4대 강 사업 담합 사건은 정부가 공사 구간을 잘게 쪼개 분할 발주하는 바람에 벌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수천억원대 과징금은 물론 입찰참가제한이라는 이중 제재를 가한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담합에 따른 제재로 해외건설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정내삼 부회장은 “이유가 어찌됐든 담합은 우리 건설업계가 잘못된 부분이므로 금전적 제재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지만 제도적인 미비점도 있기 때문에 해외 건설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입찰참가제한 등의 이중 제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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