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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에 빠져 좌절·슬픔 일상화 … 경제부터 살려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세월호 참사, 배우 최진실씨 사망….

 ‘슬픔’에 관한 언급이 많았던 주요 사건이다. 다음소프트가 최근 7년6개월간 블로그에 등록된 ‘슬픔’ 관련 감성 연관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슬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노 전 대통령 서거였다. 슬픔 연관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26.9%로 주요 사건 중 가장 컸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2009년 5월은 슬픔 연관어가 가장 급격하게 늘어났다. 슬픔 연관어가 블로그 10만 건당 5567.5건 언급됐는데, 이는 이전 달(2009년 4월, 4821.8건)보다 15.5% 늘어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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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시행된 담뱃값 인상(20.4%)도 슬픔의 비중이 컸던 사건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다음소프트 신수정 과장은 “담뱃값 인상은 ‘우울하다’ ‘속상하다’ ‘괴롭다’ 등의 슬픔 연관어와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같은 사건들의 영향으로 슬픔 연관어의 언급량이 증가할 때 우리 사회엔 다양한 형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메르스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슬픔과 우울감이 지속되는 상태”라며 상황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①슬픔의 집단화: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는 상황이다. 이 경우 경제 침체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월호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시민들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전례 없는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다. 당시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8%로 하향 조정했다.

 ②슬픔의 내재화: 자신과 큰 관련이 없는 사건인데도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연예인 자살 등이 대표적이다. 톱스타 최진실씨의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로 이어졌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씨가 숨진 2008년 10월에 자살 시도가 25% 증가했다.

 ③슬픔의 만성화: 경제 침체 속에서 슬픔이 지속적인 감정으로 자리 잡으면 우울증 등 각종 ‘슬픔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지난 4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36%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체 대상자 중 33%는 우울·불안 등 정서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으며 분노 조절 장애가 의심되는 이도 1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슬픔의 집단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내재화나 만성화 는 막을 수 있다”며 슬픔에 대한 배출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조맹제(정신의학건강과) 교수는 “자신의 슬픔을 밖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가 다양한 후유증으로 악화된다”며 “상담이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예방과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상황이 근본 배경”이라며 “한국 사회의 슬픔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은 경제활성화”라고 제시했다. 전 교수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의 분위기가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건 경제성장 과정의 성장통이고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개개인이 무력감을 느끼고 대형 재난 앞에서 체념에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조혜경·윤정민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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