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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오지에 의료기기 전달 … 아픔 있는 곳 어디든 갑니다

지난 12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에서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를 실은 배가 태국 방콕항으로 떠났다. 앰뷸런스와 X-RAY, 내시경, 초음파검사기, 혈액 분석기 등 의료기기를 싣고서다. 이 컨테이너는 방콕을 거쳐 다음달 12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한다. 여기서 북쪽으로 500여㎞ 떨어진 시엥쿠앙주(州)의 오지 분틴 마을이 최종 목적지다.

 컨테이너를 보낸 주인공은 부산의 비영리단체 (사)아름다운사람들의 권경업(63·사진) 이사장. 그는 “라오스 오지에 병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 설립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보냈다”며 “지역 주민 2만여 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국밥집 사장이자 부산에서 무료급식소 두 곳을 운영하는 복지활동가다. 산을 타며 시를 짓는 ‘산악 시인’이기도 하다. 1990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월간 ‘사람과 산’에 연작시를 연재했다. 이듬해 시집 『백두대간 1』도 냈다.

 최근에는 해외 의료구호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의료 장비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설립하는 라오스의 병원은 건물 면적 300㎡에 15개 병상 규모. 지난 4월 공사를 시작해 다음달 준공한다. 의료기기가 도착하면 곧바로 환자를 받을 수 있다. 병원 설립에는 총 30만 달러(약 3억3500만원)가 들었다. 자선병원이라 개원 후 현지 주민을 상대로 무료로 운영된다.

 해외 오지의 병원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히말라야 산맥 해발 2880m에 위치한 네팔 체풀룽 마을에 자선병원인 ‘토토하얀병원’을 세웠다. 토토하얀병원은 도로가 끝난 곳에서 도보로 7일이나 걸리는 오지에 있다. 그의 강한 추진력에 국내 기업들의 도움이 더해져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병원을 세울 수 있었다. 이 병원은 지난 4월 네팔 지진 때 지역 주민 치료와 구호에 눈부신 활약을 했다.

 아름다운사람들은 1989년부터 봉사활동을 했다. 어린이대공원 앞에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 무료급식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26년간 운영 중이다. 구포역 앞에서도 무료급식을 한다. 두 곳은 하루 300~400명이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300여 명의 후원자(회원)가 매달 1만원씩 기부해 그의 활동을 돕는다. 하지만 후원금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이번에 보낸 의료기기는 새것보다 중고와 기증품이 더 많다. 그도 식당에서 번 돈 일부를 병원설립 기금 등으로 꾸준히 내고 있다.

 라오스 병원은 부산 약사들 모임인 ‘여민락(대표 성일호)’이 운영한다. 라오스 정부가 현지 의료진의 인건비 등을 대고 여민락과 아름다운사람들은 장비와 약품·의료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민락은 권 이사장의 도움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그래서 병원 이름도 여민락이라고 지었다.

 제법 많은 돈과 시간을 봉사활동에 쏟아붓지만 가족 반대는 없다. “돕고 살아야 한다”는 그의 뜻을 아내와 자녀도 적극 존중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앞으로 5년 정도 다시 자금을 모아 세 번째 병원을 설립하는 게 목표”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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