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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의 격리 거부, 책임·배려 없는 우리사회 문제 드러내

16일 오후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난 정과리 교수. 그는 감염병을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감염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등 본능적 차원의 반응을 일으킨다…. 감염병은, 궁극적으로 ‘더불어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발가벗겨진 한국 사회를 아프게 찌르는 말 같다. 남을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가 격리를 거부한 채 돌아다니고,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메르스 전쟁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가족을 주변에서 따돌리는 모습. 이는 분명 ‘더불어 사는 삶’은 아니다.

 앞에 인용한 문장은 1년 전 나온 책의 일부다. 감염병과 ‘더불어 사는 삶’의 관계를 주목한 이는 저명한 문학평론가 정과리(본명 정명교·57) 연세대 국문과 교수. 지식과 논리, 강렬한 문장으로 한국 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온 그는 계간 ‘문학과지성’을 이은 계간 ‘문학과사회’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

 그가 지난해 5월 이일학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와 함께 펴낸 『감염병과 인문학』이란 책이 메르스 사태를 맞아 다시 화제다. 의사, 인문학자, 소설가 등 13명이 감염병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정 교수는 “세계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질병 현상에 감염되어 강박증이 되고 그게 격화되면 질병을 (인간) 주체 자신이 야기한다는 착각으로 나타난다. (그런 착각이) 더 이상 사유의 진행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도 지적했다. 16일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감염병을 인문학으로 볼 생각을 어떻게 했나.

 “이미 한국 사회에선 에이즈, 사스, 신종 플루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었고, 그때마다 큰 곤란을 겪었다. 그래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문학의 목표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 그런데 감염병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유해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그것도 종종 지나치게 잘 작동하는 현상을 대표하는 예다. 그래서 감염병은 질병 중에서 특별히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인문학으로 볼 때 어떤 의의가 있나.

 “의사들은 당장 질병을 치유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질병 자체만 중시하면 ‘사람’ 은 놓치는 경우가 있다. 질병의 숙주인 사람의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 의학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려는 의사들이 있어왔다. 시인이자 의사인 마종기 선생이 회장인 ‘문학의학학회’도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어떻게 봤나.

 “정보의 투명한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심각하다. 또 (메르스 환자가 격리를 거부하는 건) 개인의 자유는 커졌는데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한 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작년 끔찍한 사건(세월호 침몰)도 그렇지만 기본 원칙과 사회적 책임, 타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다.”

 -감염병을 다룬 인문학 작품들이 많은데.

 “까뮈의 『페스트』는 인간이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칠 수 있는데, 헛된 희망, 망상, 환상, 미신에 기대기보다 정직하게 대면하고 스스로 해결할 길을 찾아야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감염병의 일종인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에 격리시키는데 결국 함께 살아야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어떻게 구속하느냐의 문제다. 다른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조치가 환자를 다른 별종으로 만들고 비인간적인 대우와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결국 감염병은 모든 개인이 갖고 있는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때 생기는 사회적 책임과도 관련된다.”

 정 교수는 “감염병은 인간이 인간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인간을 끔찍한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예전에 16세기 위대한 사상가 몽테뉴가 죽음을 배워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처럼 우리가 병을 끊임없이 배워야한다. 과거 감염병은 바깥에서 느닷없이 닥치는 재앙 같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일상화됐잖나. 그건 여러 문학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사진=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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