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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직격 인터뷰] 메르스는 이길 수 있는 병 … 질병관리본부 선진화 필수

2009년 신종플루와 싸운 경험이 있는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얼마 전까지 중동에 국한된 질병으로 바깥 지역에선 추가 감염을 조기에 막았던 메르스를 한국에서 놓친 것은 “한국 의료사의 뼈아픈 실수”라고 말했다. 매뉴얼대로 하는 데 익숙할 뿐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수동적 자세를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김경빈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요동치고 있다. 자지러들만 하면 새로운 일이 생긴다. 사태는 가닥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채 매일 새롭게 꼬인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정부는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불신의 늪은 깊어만 간다. 어떻게 해야 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런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의사로서, 보건행정가로서 오랫동안 외래 전염병과 맞서왔던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만나 해답을 물어봤다.

-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현 단계에서 메르스 진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 초기에 정부 대응이 미숙했던 부분이 있었고 이 때문에 국민이 정부 정책에 많은 실망을 했다. 국민은 어느 병원에서 어떤 환자들이 질병에 감염되고 확산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러다 보니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여러 가지 유언비어도 있었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정부 정책을 믿게 하는 일이다. 그래야 정부가 일을 하고 있다고 국민이 생각하게 된다.”

 - 한국 의료는 선진국 수준인데 병원 문화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그런 뼈아픈 지적을 했다. 특히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 가족과 친지의 병문안, 그리고 가족간병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이 때문에 병원감염(의학용어로 의료 관련 감염증)에 취약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 메르스는 2012년 9월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확인됐다. 사우디만 하더라도 환자가 1인 병실에 입원하고 의료진이 환자를 직접 관리했다. 이 때문에 보호자·간병인 등 진료와 무관한 사람들이 환자와 접촉할 일이 없었다. 한국은 1번·14번 환자에게서 볼 수 있듯이 환자가 무관한 사람과 빈번한 접촉을 했다. 문병인들이 많이 접촉한 이유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도 문제다. 한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기보다는 우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보자는 사람들에게서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응급실에 있던 감염원이 주위의 수많은 중증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병을 전파했다. 응급실이 응급한 환자를 진료하는 장소가 돼야 하는데 감염병을 확산하는 장소가 돼버렸다. 이 문제를 고쳐야만 한국 의료가 한 단계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인력과 기술에 합리적인 병원시스템이 합쳐져야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가 구현된다.”





 -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뭇매를 맞고 있다. 초기 대응을 잘못해 소중한 골든타임을 다 놓치고 그 뒤로 2차 유행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보건당국의 메르스 대응 능력은 2009년 신종플루에 대응할 당시와 비교해 어떤가.

 “우선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당시와 지금의 환경을 비교해보면 어디에서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03·2009년의 경우 병이 외국에서 먼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상당히 심각한 형태로 유행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거기에 맞는 대응을 했다. 당시 공항에서부터 발열검사 등 엄격한 검역 활동을 했다. 입국자에게는 혹시 모르니 귀국 후 이상이 발생하면 보건당국에 신고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 발병 당시부터 환자가 발병한 시점과 유행 시점에 대한 관리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신종플루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면 특효약인 타미플루를 무상으로 공급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국민의 믿음이 생겼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불안감·공포감이 있을 수 없었다. 백신까지 개발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신종플루에 노출돼도 ‘건강을 지킬 수 있구나’라는 믿음이 있었다.”

 - 그런 좋은 경험까지 축적됐는데 왜 지금은 이런가.

 “사실 2012년 중동에서 메르스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보건당국에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비하다 보니 약간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 한마디로 방심한 것이다. 더군다나 중동을 여행하고 온 분들에게 여행에서 돌아올 때 이런저런 증상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교육·홍보가 있어야 했는데 아마 이 부분에서 미흡했던 것 같다. 보건당국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신고를 했을 텐데 이번엔 그런 게 없었다. 홍보 실패가 방역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에선 그게 가능했다. 지난해 메르스 환자가 최초로 발견됐는데 사우디에서 살던 사람이 미국에 가서 사흘 만에 열이 나서 동네 병원에 가니까 의사가 ‘최근에 해외여행을 갔다 온 적 없느냐’고 물어봐서 답이 나오자 곧바로 보건당국에 신고해 환자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을 원천봉쇄했다. 바로 중동발 메르스라는 것이 확인됐다. 그렇게 조치를 했기 때문에 확산하지 않았다. 방심하지 않고 홍보만 제대로 됐다면 우리도 그랬을 수 있었다.”

 - 방역과 관련한 정부의 위기관리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서 어느 부분에서 가장 부족한가.

 “다른 나라에서 그런 질병이 생겼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을 때는 매뉴얼이 있어서 여기에 맞춰 움직일 수는 있다. 그런데 이번처럼 우리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의 신종 감염병이 국내에 들이닥쳤을 때는 전혀 대응을 할 수 없다. 사전 훈련이 되면 막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군대로 치면 야밤에 기습공격을 당한 것이다. 후방에 있던 국민이 갑자기 우왕좌왕하고 당황하고 전방에 있는 군대도 적군이 어디 있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방역 정책과 인력이 부족했다.”

 -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에 외래 전염병에 대응할 만한 훈련된 방역 전문 인력이 충분히 있나? 특히 역학조사관은 어떤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사스를 치르면서 종전의 국립보건원을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의 방역기관으로 만들자고 해서 질병관리본부가 출범했다. 국내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감시·조사·대응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 개편했다. 2009년 신종플루를 겪으면서 역학(疫學)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역학은 쉽게 말하면 경찰의 수사에 해당한다. 감염병의 원인을 끝까지 찾아가고 어떻게 전염됐는지 추적조사를 하며 질병의 발병 원인을 찾는 것이 역학이다. 2009년 이전까지 정부는 이런 일을 공중보건의에게 일임했다. 군 복무 대신 3년만 일하고 떠나는 분들이다. 신종플루 이후 상당한 인력을 요청했더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선 2명을 충원한 것이 지금까지 왔다. 당시 방역 능력을 키울 기회를 놓쳤다.”

 - 역학조사를 3년 일하고 제대하는 분들에게 맡겨도 될 일인가.

 “그분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잠을 줄여가며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 축적이라든지 조직에 남아서 과거를 전수해주는 것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역학조사관이 3년을 주기로 바뀌면서 계속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나 홍콩·일본과 많은 의견교환이 있는데 그런 기능을 전담할 인력이 없다. 국제 업무 전담부서가 없어서다. 대국민 홍보 업무도 문제다. 국민에게 메르스 상황을 제대로 알려 안심시켜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에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신속하게 전문가가 언론사 혹은 국민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없다. ”

 - 이제 메르스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우리 방역체계에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치고 다듬어야 할까.

 “과거 70~80년대의 문제였던 콜레라·장티푸스·이질은 그간의 반복된 훈련 덕분에 현재의 질병관리본부 수준에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메르스와 같이 전혀 새로운 질병에 대해서는 후진적인 조직일 뿐이다. 이런 조직을 외래 전염병에 대한 충분한 방역을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약·진단법·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까지 수행하는 선진 조직으로 키워야 한다. 중국을 보면 이번에 광저우(廣州)에서 확진받은 한국인으로부터 바이러스를 얻어 우리보다 먼저 메르스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을 발표했다. 중국은 발표만 한 것을 넘어 거기에 맞는 적극적인 검역활동도 펴고 있다. 중국은 나라도 크지만 돈도 많다. 국가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을 우리보다 먼저 개발할 수도 있다. ”

 - 메르스에 대해 비말 감염만 가능하다고 정부가 발표했는데 사태를 보면서 공기 감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사우디에서 1200명 정도 발생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국가라 메카 순례 등 종교 행사가 있다. 이럴 때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이동한다. 메르스가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면 이 중 한두 명의 메르스 환자라고 해도 기침을 하면서 여기저기 퍼뜨리면 엄청난 규모의 감염자가 단기간에 발생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환자 발병 양상을 보면 공기 감염은 아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제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첫째, 파악된 접촉자들을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일이다. 새 환자 발생을 차단한다는 의미에서 병원 폐쇄도 잘하는 일이다. 그러면 접촉자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 앞으로 제2, 제3의 삼성서울병원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의료기관에서 의심자 관리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관리를 해야 한다. 의심자만 관리되면 의료인들이 환자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사태 초기 보건당국의 느슨한 역학관리가 문제로 지적되는데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역학조사를 의무기록에 의존하지 말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폐쇄회로TV(CCTV) 기록 등 다양한 근거자료를 폭넓게 살펴 접촉자를 철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는 환자나 의심자가 만난 사람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격리하는 것이 유일한 관리법이기 때문이다.”

 -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사태 해결의 중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전원(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 조치할 경우 어떤 서울 시내 병원이라도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 환자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서울시에서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삼성서울병원을 이용하던 기존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철저한 대책도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격리에 따라 진료가 중단된 기존 환자나 수술 환자들을 차질 없이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인력 동원 계획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 메르스 사태에 대해 전문가로서 국민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사실 이 질병에 대해 제대로 몰랐던 초기에 환자 발생이 너무 많아 국민이 많이 불안해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면 치사율은 10% 내외고 공기 감염도 아니다. 신종플루에 썼던 타미플루 같은 특효약은 없지만 치료약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기존의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일부 효과가 있고 항생제는 2차 감염을 막아준다. 환자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의료기기도 있다. 예를 들어 호흡이 어려울 때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콩팥에 문제가 있을 때는 혈액투석기가 있어 환자가 이 병을 이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감염병은 과학의 힘을 바탕으로 국민의 정성과 의지가 있으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희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채인택 논설위원
사진=김경빈 기자


전병율 교수는 …

전병율(55)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외래 전염병과 직접 싸운 경험이 풍부한 의사 출신 보건행정가다. 연세대 의대를 나온 예방의학 전문의인 그는 2009년 신종플루가 대거 확산할 때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을 맡아 한바탕 격전을 치렀다. 2011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대한민국 전염병 통제를 책임지는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다. 1989년 보건복지부 보험제도과 사무관으로 특채된 뒤 대변인, 건강정책국 질병관리관 등을 지내며 보건행정의 현장을 경험했다. 감염병 관리에서 초동 대응과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인터뷰 후기] 메르스는 잘못된 제도가 한몫

전 교수는 인터뷰 전후 대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대단히 안타까워했다. 우선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질병관리본부에 역학 담당 직원을 충분히 확보했으면 사태가 덜 악화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자체 홍보 기능을 부여해 의료진과 국민에게 메르스를 충분히 알렸으면 사태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건강보험 수가가 지나치게 낮은 것이 감염 확산을 부른 응급실 입원의 원인이 됐다고도 개탄했다. 게다가 전국 어디에서 오든 응급실만 가면 큰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도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 의료계의 해묵은 숙제다.

전 교수와의 인터뷰는 11일 인터넷 생중계 인터뷰와 수차례의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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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