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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위기의 자동차 업계, 독일에서 배워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지난 11일 독일 뮌헨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BMW 딩골핑 공장. 1만7500명의 직원이 지난해 36만9000대를 생산한 조립라인엔 유난히 머리가 희끗한 근로자가 많았다. 이 공장의 올리히 오스발트 차체공정팀장은 “마이스터(장인)를 우대하는 게 우리 원칙이기에 40~50대 비중이 높다. 하지만 성과가 적은데 나이가 많다고 모두 우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우리 돈으로 약 5000만원. 하지만 근로자별 격차가 크다. 기본급을 작업 숙련도에 따라 10여 개 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급하는 까닭이다. 같은 일을 한다고 동일한 임금을 받는 법이 없다. 개별 성과급(월급의 최대 14%)은 별도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근속에 따라 매년 연봉이 차곡차곡 오르고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이른다”고 했더니 오스발트는 “정말이냐.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없는 것 하나 더. 바로 ‘탄력근로제’다. 이 공장 근로자들은 법정 근로시간(주당 35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1년에 400시간까지 ‘시간 관리 계좌’에 쌓을 수 있다. 만약 쌓인 시간이 35시간이면 1주일을 쉬면서도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시기에 휴가를 떠나는 식이다. 요제프 케르셔 공장장은 “불황으로 생산량이 줄어도 근무 시간만 조절하면 된다. 근로자는 고용을 유지하고 회사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간 교환 근무도 활발하다. BMW는 딩골핑과 뮌헨·란츠후드·레겐스부르크 4개 공장의 상황에 따라 상호 근로자를 파견한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은 시설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크고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독일 자동차업체 같은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임금단체협상을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꿈 같은 얘기다. 강성 노조가 일감을 나누는 탄력근무제·교환근무제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대차 노조는 국내는 물론 해외 생산량까지 노사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한 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27.8시간으로, 미국(14.8시간)이나 체코(15.7시간)의 두 배 수준이다. 댄 암만 GM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국은 중요한 생산 기지다. 하지만 최근 인건비와 환율이 오르면서 생산 비용이 높아져 수출 기회를 잃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경영여건에 아랑곳없이 “이익의 30%를 분배하라”고 외치는 한국 자동차 노조의 투쟁이 계속되는 한 BMW와 우리의 격차는 커질 뿐이다.

글=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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