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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무엇을 위해 살을 빼시나요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다른 건 몰라도 다이어트에 관한 한 장인 대접을 받을 만하다. 20년 넘게 온갖 다이어트를 몸으로 실험해 왔다(자랑?). 절식과 단식, 양약과 한약, 전기 자극과 정체 모를 통 안에 들어가 땀 빼기…. 결과는 번번이 실패다. 약으로 하는 다이어트는 입이 마르고 현기증이 나 중도 포기했고, 절식과 단식에는 요요가 뒤따랐으며, 누워만 있어도 살이 빠진다는 기구는 그냥 누워만 있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쓴맛을 봤는데도 여름이 시작되니 또 고민이다. 살 빼야 하는데, 뭐 좋은 방법 없나.

 한국 여대생 아홉 명 중 한 명만 자신의 몸매에 만족한다는 조사 결과는 그래서 놀랍지 않다.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여대생 233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11.5%(25명)만 자신의 몸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약간 놀라운 건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범위에 있는 여대생도 93.5%가 자신의 몸매에 불만이라고 답했다는 사실. 비만 학생은 100%, 심지어 저체중 학생도 71.2%가 자신의 몸을 싫어했다.

 안다. 거울 앞에 서면 언제나 흠이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나는 무엇을, 누구를 위해 살을 빼려 하는 걸까.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대생들은 ‘예쁜 외모를 갖기 위해’(52.8%)라고 답했다. 그런데 마른 여자가 예쁘다는 건 누가 결정했나. 앤 베커라는 학자가 이런 연구를 했다. 섬나라 피지에 있는 외딴 마을 나드로가에선 TV가 도입되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덩치 큰 여성이 ‘힘든 일도 할 수 있다’며 칭송을 받았다. 체중을 감량하려 구토하는 소녀의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다. TV가 섬에 들어간 지 3년, 이 비율은 15%까지 늘어난다. 섬에 사는 소녀의 75%는 ‘나는 너무 뚱뚱하다’고 답했다고 한다(『아이디스오더』). 나의 예쁨이란, 내 생활과는 아무 접점이 없는 TV 속 누군가가 주입한 예쁨이었을 뿐이다.

 그걸로 위로가 되겠느냐고? 그렇다면 남자들의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 패션잡지 엘르가 남녀 독자 5만9000명에게 물었다. 자신의 완벽한 몸매를 원하는가, 아니면 파트너의 완벽한 몸매를 원하는가. 대다수 여성이 자신의 완벽한 몸매를 선택한 반면 남자들은 자신의 몸매보다 완벽한 몸매의 여자친구를 갖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왜 10대는 외모에 열광할까?』). 우리도 다이어트에 투입할 시간과 비용을 아껴 완벽한 몸매의 남자를 찾는 데 집중해 보기로 하자. 그런데 그런 남자를 만나려면, 먼저 살을 빼야 하나.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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