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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뚝 끊긴 강남, 간편 가정식 온라인 주문 2.5배 늘어

쇼핑부터 야구 관람까지 메르스가 바꾼 주말


지난 13일 오후 이마트 온라인 쇼핑몰 배달기사 김경현씨가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식품과 음료가 가득 실린 카트를 끌고 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배달기사 만나기 꺼려 “앞에 놓고 가요”
식당·대형서점·야구장 주말에도 한산
택시기사 “손님 수만 보면 꼭 IMF 때 같아”



지난 13일 토요일 오후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배달기사 김경현(42)씨가 우유, 냉동 만두, 냉동 피자, 어린이 칫솔, 라면 등이 가득 들어있는 박스를 아파트 문 앞에 내려놨다. ‘딩동~’ 벨이 울리자 아파트 문이 열렸다. 집 주인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상품을 받고는 바로 문을 닫았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점심 배달은 3~6차 구현대아파트 13가구를 돌고 나서 끝났다.

“고객이 걱정해서 배달 시 마스크는 필수”

김씨는 요즘 부쩍 늘어난 배달 물량 때문에 바쁘다고 했다. 그는 “제한된 배달 시간에 평소보다 10~20여 건 늘어난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며 “배달할 제품이 늘어난 만큼 포장하는 시간도 길어져 배달 시간은 더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배달 물량에 대한 포장은 원래보다 1시간 앞당겨진 오전 11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도 포장할 양이 너무 많아 배달 시작 시각을 맞추기가 빠듯했다.

 배달기사는 고객을 대할 땐 반드시 황사용 마스크를 쓰고 이동할 때마다 손에 세정제도 발라야 한다. 이동 구역이 넓은 배달기사가 행여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고객들을 위해서다. 김씨는 “강도로 오인할 수 있어 (배달 시) 마스크 착용은 원래 금지됐었다. 이제는 고객이 메르스 감염을 걱정해 꼭 착용한다”고 말했다.

 대면을 꺼리는 일부 고객들은 인터폰을 통해 집 앞에 물건을 그냥 두고 가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김씨는 “섭섭할 때도 있지만, 사실은 배달하는 나도 감염 위험 지역을 지나다가 감염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전국 ‘온라인 이마트’ 택배원은 하루 세 차례 배달을 나간다. 아침(오전 10시~오후 1시), 점심(2~6시), 저녁(7~9, 10시)이다. 주문받은 제품을 골라 포장한 후 하루 세 번 배송한다. 포장 담당 직원 박영숙(50)씨는 “평소보다 물량이 늘어나 하루에 3시간 이상 연장 근무를 한다”며 “즉석식품 주문이 많이 늘었다. 라면의 경우 1회 배달 물량이 180여 개에서 250여 개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배달 물량이 많아지면서 배송 차량도 5% 이상 늘렸고, 포장하는 인력도 확충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11일 전국 온라인 주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상품군을 살펴보면, ‘간편 가정식’이 90% 이상 늘었다. 이 중 신사동, 압구정동 일대 배송을 담당하는 이마트 성수점의 온라인 매출은 전국 평균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높은 98.5%가 증가했고, ‘간편 가정식’은 152.1%나 늘었다. 이 때문에 배달 물량도 많아 졌다. 성수점은 배달 가능한 하루 물량이 평일 1050여 건, 주말 450~480여 건이다.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배달 가능 물량의 60~70% 정도였던 주문량이 최근에는 90% 이상으로 치솟았다. 장영민(34) 주임은 “주문 폭증으로 현장 재고가 금세 바닥난다. ‘물건이 없다’는 방문고객 항의가 오히려 심해졌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장보기를 해결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어린 자녀와 집안에 있게 된 부모들은 삼시 세끼가 고민이 됐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는 ‘집밥 만들기 지친다’ ‘내일은 또 뭘 해먹어야 하나’ ‘집에만 있으니 애들이 답답해 한다’ 등의 고민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다.

“야구장 관람객 절반 이하로 줄어”

지난 13일 오후 코엑스 인근 한 대형서점. 평소 주말과 달리 한산했다. [조진형 기자]
같은 날 오후 4시쯤 삼성동의 한 영화관은 평소 주말과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곳의 한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입장료를 대폭 할인해도 관람객이 평소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쥬라기월드’ 상영관에도 남은 좌석이 꽤 있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평소라면 어젯밤 매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러 온 관람객 10명 중 한두 명은 황사용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평소 북적이던 인근 대형서점도, 식당도 한산한 건 마찬가지였다. 서점 직원 배모씨는 “고객이 카운터에 줄 선 걸 못 봤다”며 “장사가 안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문을 닫는 매장도 많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일하는 김모(29·남)씨는 “이달 매출액이 전달의 5분의 1로 줄었다. 비싼 임대료를 고려하면 수천만원의 손실이 생긴 셈인데 이러다 가게 문 닫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날 오후 6시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두산베어스 직원 박모씨는 “경기 시작한 지 1시간째인데 관람객이 1만 명밖에 안 된다. 평소라면 2만5000여 석이 가득 찼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장 내 매장도 한산했다. 닭고기나 햄버거를 파는 매장에도 사람들이 드물었고, 근처에 설치된 20~30여 석의 간이 테이블에는 손님 대신 매점 직원들이 모여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닭꼬치를 파는 강모(50·여)씨는 “평소 하루 매출액(주말)은 200만원인데 최근 들어선 70만~80만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두산 팬이라는 직장인 정모(27·남)씨는 “지하철이나 버스보단 사람이 밀집하지 않으니 메르스 걱정이 오히려 덜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택시들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곳곳에서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30여 년간 서울에서 택시 기사로 일했다는 김모(73)씨는 “강남은 강북보다 택시 손님이 많은 지역이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엔 강남에서도 가족 모임이나 회식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북 가리지 않고 모두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스나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때보다 더 손님이 줄었다고 느꼈다. “요즘 손님의 수는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고 했다. 택시 기사들이 손님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풍경도 사라졌다. 김씨는 “회사에서 손님이 말 걸기 전에 기사가 먼저 말을 걸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것 같다는 이들도 있었다. 코엑스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2·남)씨는 “메르스는 공중 전염이 안 된다고 들었다. 환자와 직접 접촉만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핀란드에서 왔다는 세바스티안 온(28·남)은 “시내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소수(only handful)에 불과하다.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자주 쓰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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