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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 <39> 코스타리카 산호세 블루 밸리 국제학교

영어·수학처럼 ‘봉사’도 정규 과목 … 지구촌 행복지수 1위 코스타리카

블루 밸리 국제학교는 학생들이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러 명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위). 학생들이 컴퓨터 교실에서 컴퓨터 공학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학교 홈페이지]


교육열로 손꼽히는 나라…한국보다 시설 좋은 사립 많아
자유분방한 수업, 까다로운 평가…고교 때 80시간 봉사활동
예의범절 중시하지만 학생 의견도 존중, 교사 임용까지 영향



江南通新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 하게 들려 드립니다.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졌다. 2012년 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이 발표한 지구촌 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에서 64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151개국 중 63위(43.8점)였다. 국가 이름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어로 ‘풍요로운 해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년 내내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997년 이곳에 이민 온 것도 자연환경 영향이 컸다. 코스타리카에서 사는 동생 초청으로 여행을 다녀온 남편이 “지상 낙원”이라며 “이민을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교육 환경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만족도가 높다. 공립학교는 한국보다 수준이 훨씬 떨어지지만 사립학교 중에는 한국보다 더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춘 곳도 많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지역에서도 교육열이 높고, 교육 환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엘살바도르·과테말라·파나마 등 주변 지역에서 유학 오는 사람이 많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공립학교는 학비도 무료다. 사립학교는 학교 종류와 등록금이 천차만별인데, 크게 이중 언어학교와 국제학교로 나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국립과 사립 간 차이가 크다. 국립대는 입학시험을 치르지만 사립대는 따로 시험 없이 원서만 내면 들어갈 수 있다. 국립대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국립대는 한 학기 등록금이 300달러(한화 약 33만원)고, 대부분 장학금 혜택을 받아 학비를 거의 안 내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사립대는 학비가 비싸다. 한 학기에 1200달러(한화 약 134만원) 정도다.

 코스타리카에 사는 외국인들은 자녀를 이중언어학교나 국제학교에 보냈다가 미국이나 유럽 대학으로 진학시킨다. 한국 교민 중에는 한국으로 대학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코스타리카가 살기에는 좋아도 경제적으로 발전한 곳이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제한적이다. 첫째와 둘째도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첫째는 서울대 대학원 1학년에, 둘째는 고려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셋째 리노만 블루 밸리 스쿨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학생의 학교

블루 밸리 국제학교는 26년 됐지만 건물 대부분은 새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학생들이 좋은 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리모델링을 자주 하기때문이다. [사진 학교 홈페이지·이승희씨]

세 아이가 다닌 블루 밸리 스쿨은 국제학교다.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부촌인 산호세 에스카수에 있다. 에스카수는 한국의 강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집값이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비싸고, 명문학교들은 죄다 모여 있다. 가장 좋은 백화점도 이곳에 있고, 대통령·국회의원 등 상류층이 많이 거주한다. 또 외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고 거리가 세련돼 가끔 코스타리카가 아니라 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가장 마음에 든 건 학교 교육 철학이다. 초반에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교장에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진정한 교육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익보다 늘 학생에게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더라. 그의 노력 덕분이 블루 밸리 스쿨은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학생의 학교’가 됐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학교 시설이다. 학교 수익 대부분은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데 투자한다. 덕분에 1989년에 문을 열어 올해 26년이 됐는데도 캠퍼스 내에 낙후된 시설을 찾기 어렵다. 오래된 건물을 바로바로 리모델링하기 때문이다. 또 화장실이나 복도는 학교가 아니라 마치 호텔처럼 깨끗하다. 더 놀라운 건 교장 자신은 학교 내 사택에서 검소하게 생활한다는 점이다. 이러니 학교에 대한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건물에만 투자하는 건 아니다. 스마트러닝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다.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보다 어떤 면에서는 앞서 간다. 모든 교실에서 스마트러닝이 가능하다. 칠판과 교사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연결돼 컴퓨터에 ‘1+1=?’라고 입력하면 그게 칠판에 뜨고, 칠판에 “나는 학생입니다”라고 쓰면 컴퓨터에 입력된다. 또 초·중학교 학생들에게는 전원 아이패드를 대여해 줘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 대신에 아이패드 하나만 들고 등교한다. 교과서나 수업에 필요한 내용이 전부 담겨 있어서 다른 책은 필요가 없다.

고등학교 때 선택강좌 들으며 진로 계발

미술 시간에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학교 홈페이지]
아이들이 학교 다니면서 가장 만족한 건 선택강좌(elective)다. 진로 계발과 심화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초·중학교 때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어·수학·사회 등 시간표대로 수업이 이뤄지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선택강좌를 추가로 들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초·중학교 때와 똑같지만, 오후 1~3시까지는 모든 학생이 선택강좌를 듣는 식이다. 한국의 대학교 수업을 떠올리면 된다. 미국 역사, 경제, 음악,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분야와 과목이 다양하다.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고, 대학교 때 전공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는다.

 수업 분위기는 대부분 국제학교처럼 자유롭다. 하지만 과목별 숙제가 많다. 매일 방과 후에 숙제하느라 진땀을 뺄 정도다. 숙제하느라 복습이나 예습을 할 시간적 여유는 없다. 한국이었으면 엄마들이 ‘학원 다닐 시간 없으니 숙제 좀 줄여 달라’고 학교 측에 항의했을지도 모른다. 숙제는 대부분 에세이 쓰는 건데, 어렸을 때부터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습관을 기를 수 있어 좋다.

 수업 분위기와 달리 평가는 까다롭다. 코스타리카에는 낙제 제도가 있어 유급할 수 있다. 시험에서 30점을 맞아도 졸업시키는 한국과 다르다. 시험 결과가 70점을 못 넘으면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그래도 결과가 나쁘면 해당 학년을 다시 다녀야 한다. 공립학교에는 낙제하는 학생들이 많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교육 열풍은 없다. 예체능을 제외한 사교육은 찾기 어렵다. 학교 수업 열심히 듣고, 숙제 잘하면 충분히 좋은 성과 낼 수 있다. 만약 공부해도 부족한 과목이 있을 때는 학교 교사에게 따로 약간의 비용을 내고 시험 전에 과외를 받는 사람이 있는 정도다.

어릴 때부터 인성교육, 예의가 몸에 배

초등학생들이 도서실에서 스페인어로 시 쓰는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학교 홈페이지·이승희씨]
인성교육도 잘 돼 있다. 한국보다 봉사활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고등학교 때는 일주일에 1~2시간씩 봉사과목이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돼 있다. 또 3년간 봉사시간을 100시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다. 초·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때처럼 교과목이나 의무 봉사 시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학기에 두 번씩 단체로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활동은 대부분 학교에서 연결해 준다. 분야와 종류도 다양하다. 인근 지역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공립학교에 가 공부가 부족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해비타트(주거빈곤퇴치사업) 등에 참여해 집을 짓고 페인트칠을 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남을 돕는 보람을 깨닫는다. 또 사소한 착한 일도 크게 칭찬하면서 격려한다. 매주 발간하는 교지에 ‘지난주 착한 학생’(last week’s wow)을 소개하고, 일주일 동안 게시판에 붙여 놓는다. 소개되는 내용은 ‘길 잃은 아이를 자신의 반에 데려다 줬다’ ‘자동차가 와서 피하라고 얘기했다’처럼 사소할 때가 많지만 소개된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 자신의 행동에 자긍심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된다.

 코스타리카에서 살다 보면 이런 교육의 힘을 느낄 때가 많다. 예컨대 길거리에서 자동차 타이어가 고장 났을 때 한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로 도와주려고 나선다. 타인에 대한 봉사가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또 예의범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식당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소리 지르거나 뛰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물건을 훔친 강도나 뛰어다닌다는 인식이 있다. 한 번은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 주러 갔다가 잊고 안 준 게 있어서 뒤에서 큰 소리로 부르면서 뛰어간 적이 있는데, 아이가 깜짝 놀라더라. 교양 없고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학생 본분 어긋나는 행동해도 퇴학 없어

매년 이뤄지는 축제 모습. 4학년은 노래를 하고, 5학년은 연기와 춤을 선보인다. [사진 학교 홈페이지·이승희씨]
학생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학교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예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수학 과목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다른 교사와 갈등을 빚다가 학교를 떠났는데, 학생들의 탄원서로 다시 학교로 돌아온 거다. 새로운 교사의 교수법이 마음에 안 들었던 아이들이 마음을 모았고 학교는 이를 반영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달리 학생들의 의견에 최대한 귀 기울여 준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회 영향력도 강력하다. 코스타리카는 회장·부회장·총무 등이 한 팀을 짜서 선거에 나가고 당선된 후 함께 활동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치맛바람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지만 코스타리카는 학생들의 공약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를 클래식으로 바꾸겠다’거나 ‘학교에 팝콘 기계를 들여 놓겠다’는 등이다. 또 선거에 당선되면 학교와 협의해 자신들의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이때 학교는 학생들의 생각이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돕는다. 학생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생으로서 선을 넘는 행동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코스타리카에서는 고등학생이 임신하고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닌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학생이 공부할 권리를 학교나 사회나 뺏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또 그 아이를 비난하거나 혼내지 않는다.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정리=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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