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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해안 뒤덮은 중국 괭생이모자반

지난 14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승객들이 배 주변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15일 전남 신안군 비금도 인근 해상. 전날 쳐놓은 그물을 확인하던 어민 정영기(63)씨가 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병어를 잡기 위해 1㎞가량 설치한 그물이 온통 괭생이모자반 천지였다. 그물 위치를 알리는 부표 주변은 물론 물속에 쳐진 그물에도 누런 빛깔의 모자반이 빽빽히 달라붙어 있었다. 정씨는 “어부가 된 지 4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지독한 모자반은 처음 본다”며 “올해 5000만원을 들여 어구들을 설치했는데 아예 조업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 들어 전남과 제주도 해안이 중국에서 온 모자반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3~5m 길이의 조류로 암초가 많은 바다 밑에서 주로 자라는 모자반은 최근 한반도 남서해안을 떠돌아다니며 인근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올해에만 전남과 제주 등에서 1만1500여t을 수거했지만 여전히 해상 곳곳을 뒤덮고 있는 상태다.

 신안 비금도의 경우 어업에 종사하는 20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사실상 조업을 접었다. 위치를 바꿔가며 그물을 놓더라도 바다 곳곳을 떠다니는 모자반들이 어구에 달라붙어 제대로 고기를 잡을 수 없어서다. 김이나 미역을 키우는 양식장들도 모자반이 양식발들을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바람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바다 위에 1~3㎞ 크기의 거대한 띠를 형성한 모자반은 선박 운항에도 지장을 준다. 14일에는 승객 102명을 태우고 신안군 가거도에서 목포로 향하던 여객선 스크루에 모자반이 얽혀 운항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여객선은 2시간30분이나 걸려 모자반을 제거한 뒤에야 출항할 수 있었다.

 올해 중국 모자반들이 남서해역에서 극정을 부리는 것은 수온·태풍·조류가 맞물린 결과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온난화로 인해 전남과 제주 해역의 수온이 높아진 것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해당 해역은 지난달 초부터 모자반 서식에 가장 적합한 18~20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측은 제주와 신안에 유입된 모자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중국 저장성(浙江省) 인근 해역에서 채집한 개체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올해 유난히 태풍이 많았던 것도 확산의 요인이다. 이미 불어닥친 7차례 태풍으로 뿌리가 뽑힌 모자반이 서식지를 벗어나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한반도 쪽으로 북상했다. 모자반 띠가 스티로폼 같은 해상 쓰레기들과 잘 뭉쳐지는 성질을 지닌 것도 규모가 커진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중순까지 모자반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 황은경 연구사는 “국내 해상 수온이 모자반의 생육이 불가능한 26도를 넘어서야 소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안·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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