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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 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6월 2일 30면>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 파동, 합리적으로 해결돼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행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그는 이 법에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며 “(법이 시행되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의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꺼내든 상황은 유감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 차원을 떠나 국가가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이 법에 중대한 결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위헌성에 관해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팽팽하다. 그러나 일단 이런 논란이 뜨거운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이렇게 중요하고 논란적인 법률이라면 국회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공청회와 국회 토론을 거치는 게 마땅하다.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율사 출신 의원들조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소급 적용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도 의원들의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전문 소위조차 이런 판이었고 여야 지도부는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벼락치기·끼워팔기로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니 3분의 2가 넘는 ‘211명 찬성’이라는 수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졸속으로 만들어 놓으니 벌써부터 ‘시행령 수정 요구의 강제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주장이 다르다. 모든 게 코미디에 가깝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국회가 법률안을 정부에 이송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이를 다시 표결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에 싸일 것이다. 대통령의 반대가 확고하고 ‘졸속 입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센 마당에 여당 지도부가 다시 ‘3분의 2 찬성’을 밀어붙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열은 국정의 다른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치공세로만 가져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여야는 법안 처리가 졸속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의 잘못된 시행령·총리령·부령 등에 대해 국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면 이는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절차를 통해 추진하면 된다. 그럴 경우 국회는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고 국민의 위임을 받은 입법권을 행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시행령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국회가 보다 정교한 법률안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현역 의원 정무특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친박계인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위촉돼 있다. 대통령의 정무특보가 국정감사를 포함한 의정활동에서 행정부 견제라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겠는가. 국회를 상대하려면 대통령 자체가 당당해야 한다.


한겨레 <2015년 6월 2일 31면>
명분 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정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다. 그렇기에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법 개정안이 지금 상태로 정부로 이송된다면 국회로 되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와 정부 의견이 대립할 때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이 바로 거부권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부한 법률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면 그대로 법률로 확정되고, 재의 과정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심각하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가 국민 다수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될 때만 극히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는 매우 부적절하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 조항은 단 하나, 정부 시행령이 법률과 배치될 경우 과거엔 ‘국회가 그 내용을 정부기관에 통보하도록’ 했던 것을 ‘국회가 내용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법과 어긋나는 시행령은 고치는 게 마땅하다. 국민 위임을 받아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 뜻과 다르게 행정부가 법을 집행한다면 행정부의 그런 행동을 바로잡는 게 순리다. 만약 국회가 국민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었다면 그건 시행령으로 바로잡을 일이 아니라 법 자체를 개정하는 게 옳다.

 지금 박 대통령은 행정부의 불편을 국정 마비와 국민의 막대한 피해로 호도하고 있다. 오히려 국회법 개정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청와대 뜻을 따르지 않고 야당과 협상한 여당의 원내 지도부를 이참에 바꾸자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치적 의도로 거부권 운운하며 국회를 압박하는 게 청와대가 주장하는 ‘삼권분립’ 정신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 보길 바란다.


[논리 vs 논리] 중대한 법안 졸속 처리가 문제 vs 법 잘못된 집행 바로잡아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서청원 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해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방이 이어졌다. [김상선 기자]

행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그는 이 법에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며 “(법이 시행되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의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꺼내든 상황은 유감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 차원을 떠나 국가가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이 법에 중대한 결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위헌성에 관해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팽팽하다. 그러나 일단 이런 논란이 뜨거운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이렇게 중요하고 논란적인 법률이라면 국회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공청회와 국회 토론을 거치는 게 마땅하다.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율사 출신 의원들조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소급 적용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도 의원들의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전문 소위조차 이런 판이었고 여야 지도부는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벼락치기·끼워팔기로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니 3분의 2가 넘는 ‘211명 찬성’이라는 수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졸속으로 만들어 놓으니 벌써부터 ‘시행령 수정 요구의 강제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주장이 다르다. 모든 게 코미디에 가깝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국회가 법률안을 정부에 이송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이를 다시 표결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에 싸일 것이다. 대통령의 반대가 확고하고 ‘졸속 입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센 마당에 여당 지도부가 다시 ‘3분의 2 찬성’을 밀어붙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열은 국정의 다른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치공세로만 가져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여야는 법안 처리가 졸속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의 잘못된 시행령·총리령·부령 등에 대해 국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면 이는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절차를 통해 추진하면 된다. 그럴 경우 국회는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고 국민의 위임을 받은 입법권을 행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시행령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국회가 보다 정교한 법률안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현역 의원 정무특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친박계인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위촉돼 있다. 대통령의 정무특보가 국정감사를 포함한 의정활동에서 행정부 견제라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겠는가. 국회를 상대하려면 대통령 자체가 당당해야 한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추천 도서]

『최신 국회법』(안병옥 지음, 쵸이스디자인 펴냄, 2012)

국회법의 구성과 체계, 국회와 정부·법원 등의 관계, 국회 입법 과정 등 국회 활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개론서다. 국회법 수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이해를 위해 필요한 책이다.

『거부권 행사자』(조지 체벨리스 지음, 문우진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009)

국회법 수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자에 대한 이론적·실제적 탐구 내용을 담은 책이다.


▶다음 주 논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6월 23일자에는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권희정 상명대학 부속여고 철학교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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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