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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그리스 … 내달 디폴트 가능성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유럽 최고 거간꾼인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중재도 소용없었다.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셸에서 열린 그리스와 채권단(EU·ECB·IMF)의 막판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사흘 전 11일 그리스-국제통화기금(IMF)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융커가 특유의 중재력을 앞세워 마련한 자리도 소득 없이 끝난 것이다. 이날은 채권단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의 의회 비준 등을 감안해 협상 마감일로 정한 날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조치 등과 그리스가 채택 가능한 정책의 차이가 너무 커 협상이 시작된 지 45분만에 끝났다”고 전했다.

 융커 쪽은 “몇몇 부분에선 진척이 있었지만 중요한 부분에선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쪽이 이날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유로그룹이 좀 더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로그룹은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이다. 그들은 18일 브뤼셸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EU 관계자들은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지 아니면 떠날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채권단이 그리스에 요구한 조치는 크게 세 가지다. 연금 삭감과 세금 인상, 재정적자 일정 수준 유지다. 융커 측근은 이날 블룸버그와 통화에서 “재정적자와 관련해 채권단과 그리스 사이 금액 차이는 연간 20억 유로(2조5000억원) 정도”라고 귀띔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사진) 그리스 총리 쪽은 “채권단의 요구가 경제적으로 부당하고 정치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독일 쪽은 최악의 상황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인 시그마 가브리엘은 자국 매체인 빌트지 15일자에 쓴 칼럼에서 “그리스 게임 이론가(집권자)들이 자국의 미래를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점점 가시권 안에 들어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리스-독일 양쪽의 입이 사나워지고 있지만, 유로그룹이 18일 회의에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감수하기로 결정해도 곧바로 그리스 국가부도가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정부가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최대한 동원하면 이달 안에 갚아야 부채의 원금과 이자 32억1700만 유로는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그리스 재무부 국고엔 20억 유로 정도가 있다.

 문제는 7월이다. 그리스가 다음달 안에 갚아야 할 빚은 모두 78억3400만 유로다. 채권단이 아직 지급하지 않은 구제금융 72억 유로가 없으면 7월 디폴트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막판에 그리스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톰슨로이터는 “그리스가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방안을 메르켈이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이후 메르켈이 유로존 균열을 초래한 리더로 역사에 남지 않기 위해 막판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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