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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대화 가능성 언급을 주목한다

6·15 공동선언 15주년 기념일인 어제 북한이 낸 성명이 눈길을 끈다. 최고 수준의 발표 주체인 정부 명의라는 게 우선 그렇다. 현 정부 들어 북한의 정부 명의 성명은 지난해 7월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또 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한 측에 전가, 비난하면서도 과격한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며칠 전 메르스 사태가 “박근혜 패당의 부패 무능과 반인민적 통치의 필연적 결과”라고 원색적 비난을 할 때와 사뭇 다른 어조다.

 물론 성명의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도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조건을 달았다. 신형 함대함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함으로써 긴장 국면을 높여가다가 다음날 대화 성명을 냄으로써 남한사회를 흔들려는 정형화된 의도일 수도 있다. 광복 70주년, 공산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이를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하려는 계산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건 아니다. 어떤 의도든 간에 북측이 제기한 대화 가능성을 우리가 먼저 내칠 이유는 없다. 북한이 정부 성명으로 “전환적 국면을 열어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 역시 남북대화 자체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의 표시가 없으니 대화 안 한다”에서 “성의 표시를 하면 대화하겠다”는 좀 더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억류 중인 한국인 2명을 17일 송환하겠다고 어제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의 제스처로 보인다.

 남측이 좀 더 성의를 보이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우리는 본다. 5·24 대북 제재조치를 당장 풀 수는 없더라도 대북전단 살포 억제, 남북교류협력사업 승인 등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다면 8월 열리는 을지연습의 규모도 조금 줄이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겠다. 남북관계는 실낱 하나라도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경험이 말해주듯 완전히 단절된 이후엔 복원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차기 정부에서나 대화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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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