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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의 학창시절]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요즘 SNS에서는 심리 검사가 유행인가 봅니다. 자신의 성격과 진로,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법인데, 이런 심리 검사에서는 열개 남짓한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당신은 ○○○ 사람입니다'라고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줍니다.

저도 심심풀이로 몇 가지 심리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 데, '당신은 어떤 평가를 받을 때 기분이 좋아집니까?'라는 질문이 눈에 띄더군요. 제가 고른 건 '똑똑하고 재치있다'는 보기였는데, 다른 보기가 뭐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아마 대다수 사람들도 저와 같은 보기를 선택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똑똑함에 대해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엄청난 공부량과 지독한 경쟁을 거치면서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것'이 '건강'이나 '예의바름' 등 다른 여러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득한 덕분이지요. PISA(국제성취도평가) 성적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 안도하는 것도 우리 국민 스스로 똑똑한 민족임을 세계에 공인받는 거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똑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있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는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크리스틴 그로스-노 지음·부키 펴냄)입니다. 재미교포 2세인 저자가 유대인 남편을 만나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4남매를 키워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선진 육아법에 대해 소개한 글입니다. 핀란드·독일·프랑스·스웨덴 등 교육의 유토피아라 불리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의 사례도 담겼습니다. 우리나라의 양육법을 소개한 단원의 제목은 '강해지는 법을 배우는 한국의 아이들'입니다. '선택을 연습하는 스웨덴 아이들' '배움을 향한 열정이 넘치는 중국의 교실' '공정하고 평화로운 핀란드' 등 다른 나라의 양육법을 다룬 단원과 비교하면, 제목만으로도 한국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느껴집니다. '한국 부모들은 개인의 만족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으로, 그게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이다'혹은 '배움을 존중하는 현대의 교육열은 너무 지나쳐서 심지어 한국인들조차 해법을 찾고있다'는 표현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저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바르고 행복하며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참고할만한 세계 엄마들의 조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 책은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권재원 지음·지식프레임 펴냄)입니다. PISA 성적이 상위권이라는 사실로 미화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폐부를 날카롭게 분석해낸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학생의 PISA 성적은 최상위권이나, 그들의 학창시절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며 성인이 됐을 때는 평균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고 비판합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PISA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PISA 성적이 보여준 똑똑함의 허상이 무엇인지 적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매우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나중에 쓸모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도가 나올 때까지 하게 되니 당연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거나 '우리나라 학생들이 비판적·성찰적 학습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암기식 학습 전략도 선호하지 않는다. 아예 학습 전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자신의 학습과정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데이터와 제시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PISA 성적은 똑똑함의 지표라기 보다는 학생들의 불행과 고통의 순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창시절'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강남통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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