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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의 직격 인터뷰]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닮고 싶은 정치인으로 나 위원장은 메르켈 독일 총리를 꼽았다. 퇴근 후 직접 장을 보는 그 모습이 닮고 싶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달에 한 번 나 위원장은 직접 장을 본다. [김성룡 기자]


나경원(51) 의원은 3선 국회의원(새누리당·동작을)이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당선돼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패해 들판을 떠돈 지 33개월 만이다. 나 의원은 지난 2월 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경선에서 같은 당의 정두언 의원을 누르고, 대한민국 국회 최초의 여성 외교통일위원장이 됐다. 최근의 외교 현안과 남북관계 등에 대한 국회 소관 상임위 대표의 의견을 듣기 위해 나 위원장을 직격인터뷰에 초대했다. 인터뷰는 4일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국민 마음과 거리 있는 외교는 성공한 외교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이유로 방미 일정을 연기했다. 잘한 결정이라고 보나.



 “개인적으로는 일정을 단축해서라도 다녀오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한 이상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방미 준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외교 당국은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성과 있는 방미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별한 현안이 없는데, 굳이 이 시기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처음부터 일부에선 있었다.



 “사실 한·미 간 현안이라곤 비자 쿼터밖에 없다. 애초에 다소 시기를 잘못 잡은 아쉬움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제쯤 가는 것이 좋다고 보나.



 “9월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가 예정돼 있는 걸로 안다. 내 생각엔 시 주석보다는 조금 먼저 방문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있을 박 대통령 방미의 방점은 어디에 찍혀야 한다고 보나.



 “2년 전 있었던 국빈방문은 성과도 있었지만 사실 포장이 많은 방미였다. 이번에는 내실 있는 방미가 돼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고, 한국이 중국에 좀 기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 있는 만큼 한·미 간에 있을지도 모르는 어떠한 불신의 찌꺼기도 다 걷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이 공고하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굉장히 중요한 국가위기적 상황이다. 초기 대응에서 정부가 미숙하고 안이했던 부분에 대해 국민의 실망과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방미까지 연기한 만큼 대통령을 중심으로 총력을 다해 사태를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메르스 사태를 보며 세월호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우리의 문화를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더 이상의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아는 정보에 따르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인 무기체계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실효성이 없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들어봤나.



 “물론 들어봤다. 문제는 어느 쪽 전문가도 사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모두들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얘기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면 이제는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사드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제공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사드가 평택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면 유사시 중국의 우선적인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는 데다 대중 관계 악화와 경제적 보복 가능성도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정말로 필요한 무기체계라면 중국의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미국이 자기 돈을 들여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지만 우리가 우리 돈을 내고 사드를 도입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것이 나 위원장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그렇다.”



 -외통위 내 다른 동료 의원들도 비슷한 생각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잘 모르고 논의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하나씩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한·미·일 3국은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북한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압박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보나.



 “압박과 대화가 같이 가야 한다. 무조건 비핵화 하러 나오라고 하면 북한은 당연히 안 나온다. 문턱을 낮춰 중단 단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북한을 압박한다며 2008년부터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 사이 북한 핵 능력만 커지지 않았나. 북한의 비핵화라는 최종목표는 그대로 두되 북한 핵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미·중을 포함해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미·중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축복일 수도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한국 외교가 미·중 사이에서 영리한 새우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나.



 “국민의 마음과 거리가 있는 외교를 과연 성공한 외교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국민은 우리 외교가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 한·일 관계를 너무 어렵게 몰아가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에서 너무 미국 눈치를 보고, 사드 문제도 전략적 모호성 뒤에 숨어 무(無)전략적 연기와 지연으로 점철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외교란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와 협력은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최근 들어 달라진 정부의 대북노선인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은 5·24 조치의 우선적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 교류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지 않나. 박 대통령도 3·1절 기념사에서 문화·스포츠 부문에서 시작해 다양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도적 지원의 확대는 물론이고 모든 단계에서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적 교류 부문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제2, 제3의 개성공단도 만들어야 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나 유라시아 구상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도 남북 간 경제 교류가 필요하다. 5·24 조치 해제 여부를 떠나 경제 교류에 대한 큰 그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대북특사 파견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한 접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같은 생각인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 간 접촉은 언론을 통해 하는 게 아니다. 대화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언론에 발표하는 형식이 돼야 하는데 대화 제의가 언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가 몰래 어떤 거래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비공식적 접촉은 활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 간에 과거사와 교류·협력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원칙은 정상회담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보나.



 “물론이다. 역사 문제를 모든 한·일 관계의 앞에 두는 것은 맞지 않다. 만나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다른 부분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한·일 두 정상도 투트랙 원칙에 입각해 만나야 한다. 한·일 관계에서 너무 유연하지 못한 접근을 한 게 아쉽다. 결국 그 손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



 -오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이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린다. 이 자리에 한·일 양국 정상이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도쿄에서 먼저 행사가 열리고 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국 정상이 서로 그 모임에 참석한다면 한·일 관계 경색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불통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박근혜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는.



 “인사의 폭이 넓지 않다는 부분이 비판의 시작점인 것 같다. 좀 더 폭넓은 인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당선됐을 때 박 대통령의 축하전화를 받았나.



 “내가 먼저 감사전화를 했다.”



 -스스로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보나.



 “비박으로 보통 분류가 되지 않나? 하지만 친이 쪽에서도 나를 안 부르고 친박 쪽에서도 안 부른다. 당내 선거가 있으면 누구도 내게 부탁을 잘 안 한다. 특정 계파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이슈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물론 정치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지만 친박과 비박으로 나눌 때는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되면 4선 의원이 된다.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정치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정치인 말고 인간 나경원의 강점과 약점은.



 “너무 많은 약점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성실하려고 하는 것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매사를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질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 속에서 좋은 결과도 만들어진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여성 정치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리더십이란 측면에서도 감명을 받지만 내가 닮고 싶은 점은 퇴근 후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이다. 지난번 베를린에 갔을 때 메르켈 총리 집 앞에 갔었다. 그는 총리 공관에 안 살고, 훔볼트 대학 교수인 남편의 교수 아파트에 산다. 예전부터 거기 살았는데 총리가 되고 나서도 계속 그곳에 살고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본다는 것은 땅에 발을 붙인 정치인이란 뜻이다. 보통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삶을 느끼는 것이 정치인에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직접 장을 본다는 것은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다는 뜻 아닌가. 여유 속에서 새로운 정치적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김성룡 기자



[나경원 외통위원장 직격인터뷰 풀영상 보러가기]



나경원 위원장은 …



1963년 12월 서울 출생. 82년 서울여고 졸업. 86년 서울대 법대 졸업. 92년 사법시험 합격. 95년 부산지법 판사. 2002년 변호사 개업,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여성특보. 2004년 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비례대표). 2007년 한나라당 대변인. 2008년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서울 중구). 2010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 2011년 서울시장 출마. 2013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 2014년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동작을). 2015년 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인터뷰 후기] 생방송도 노련, 답변도 노련



나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사실상 세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처음 30분 정도는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이어 카메라를 치운 상태에서 약 30분간 보충질문을 했다. 최근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11일 전화로 짤막한 추가질문을 보탰다. 지면에 실린 인터뷰는 그 종합판이다.



 인터넷 방송이긴 하지만 생방송이 처음이라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자에게 ‘코치’를 해줄 정도로 그는 방송에 노련했다. 답변도 노련했다. 곤란하다 싶은 질문은 요리조리 잘 피해나갔다.



 을(乙)의 세계를 모르는 삶을 살아온 나 위원장에게 2011년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쓴 약이 된 듯했다. 그 스스로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정치 철학이나 정치를 하는 방법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말도 했다.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는 요즘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다. 최근 팔순을 맞은 그에게 점심 대접도 했다. 요즘 그는 지역구 활동에 열심이다. 책상 위의 정치, 여의도만의 정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이 ‘나경원 정치’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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