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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의 오늘 미술관] 생의 춤

에드바르 뭉크, 생의 춤, 1925, 캔버스에 유채, 143×208㎝, 노르웨이 뭉크미술관 소장.

“비록 그렇게 갑작스러운 병세의 후퇴가 예기치 않았던 일이기는 했지만, 우리 시민들은 선뜻 기뻐하지 않았다. 여태껏 겪어온 몇 달 동안이, 해방에 대한 그들의 욕망을 증가시켜 준 만큼 그들에게 조심성이라는 것도 가르쳐 주었으며, 이 전염병이 불원간 끝난다는 기대는 점점 덜 품도록 길을 들여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따라서 내색은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커다란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알베르 카뮈(1913∼60)가 1947년 출간한 『페스트』(김화영 역, 민음사)의 결말부입니다. 도시에 죽은 쥐가 발견되면서 창궐한 전염병은 계절이 바뀌며 스멀스멀 자취를 감춥니다. 봉쇄 도시가 열렸고, 장기간 가택연금과도 같은 생활을 하며 이웃의 죽음을 지켜봤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기대 감소의 시대, 희망은 여전히 주춤하지만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생의 춤’을 함께 띄워 드립니다. 멀리 돛단배가 떠다니고, 꽃이 만발하고, 젊은이들은 짝지어 춤을 추지만, 희망만 넘실거리지만은 않는 장면입니다. 뭉크는 어린 시절 자주 아팠고, 어머니와 누이를 결핵으로 잃었으며, 성인기 대부분을 알코올을 남용하며 떠돌았습니다. 병약한 비관의 화가가 그린 ‘생의 춤’입니다. 그가 80세까지 살았다는 게 반전이랄까요. 평온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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