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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시즌 8승째…든든한 버팀목’

지난 9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2회 말 연속 3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29)은 멋쩍은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한용덕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양석환-유강남-황목치승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가 던진 가장 빠른 공은 시속 133km. 강속구가 아닌데도 LG 타자들은 속절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날 유희관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6피안타 1실점을 기록해 시즌 8승째를 거뒀다. 피가로(삼성)와 함께 다승 공동 1위다.

힘을 짜내 던져도 시속 136km를 넘지 않았던 유희관의 직구는 더 느려졌다. 올 시즌 최고 구속은 133km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완급조절에 경험이 더해지면서 유희관은 공략하기 점점 어려운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유희관은 올 시즌 12경기에 선발로 나와 8승(공동 1위) 2패 평균자책점 3.15(3위)를 기록 중이다. 국가대표 왼손 에이스 KIA 양현종(6승2패 평균자책점 1.48), SK 김광현(7승1패 평균자책점 3.97)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기록이다.

야구를 시작한 뒤 아직까지 큰 부상이 없을 정도로 유연성을 타고 난 그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06개의 공을 던져 국내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80이닝을 책임졌다. 유희관은 허약한 불펜진 때문에 고민하는 두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달 10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생애 첫 완봉승도 거뒀다.

2008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6라운드(전체 42번)로 두산에 지명된 유희관은 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느린 구속으로 한계가 있다'는 선입견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입단 첫해 16경기에 나온 그는 이듬해 5경기에 출전한 뒤 상무 야구단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기량이 부쩍 좋아진 그는 2013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12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유희관은 지난해까지 왼손 타자에게 유독 약했다. 지난해 왼손 타자 피안타율은 0.337로 오른손 타자(0.25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야구계 속설과는 정반대였다.

유희관은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2013 시즌을 마친 뒤 포크볼을 연마했다. 그러나 실전에서 포크볼을 던지기엔 부담이 따랐다. 유희관은 올 시즌을 앞두곤 체인지업을 집중 연마했다. 이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3년까지 두산 감독을 맡았던 김진욱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왼손 타자를 상대로 한 바깥쪽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달라진 게 있다면 마운드에서 여유와 요령이다. 나름대로 강약 조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가 느려 언젠가는 한계를 맞을 거라는 일부의 우려도 깨뜨렸다. 김 위원은 "유희관은 워낙 똑똑하다. 경기 중에도 상황을 파악해 투구 패턴을 바꾸는 선수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희관은 유쾌한 성격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 올스타전 출전 경험이 없는 유희관은 올 시즌 '드림 올스타(두산·삼성·롯데·SK·kt)' 선발투수 후보에 올랐다. 그는 "팬 투표가 안 된다면 감독 추천 선수로라도 올스타전에 꼭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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