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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IFA 부회장, 대한축구협회의 아이티 구호금도 '꿀꺽'

창립 111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잭 워너(72) 전 부회장이 한국이 보낸 아이티 대지진 성금까지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 방송이 9일(현지시간) 입수한 미국 검찰의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워너는 2010년 중남미 국가 아이티에 보내진 구호성금 75만 달러(8억3000만원)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인 아이티에서는 당시 대지진으로 20만여 명이 숨지고 이재민 180만 명이 발생했다.

당초 아이티 정부로 전달되어야 했던 성금 75만 달러 중 50만 달러(5억5000만원)는 대한축구협회에서, 25만 달러(2억8000만원)는 FIFA에서 지원한 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시 정몽준 FIFA 부회장이 기부한 20만 달러와 축구협회 자체 성금 10만 달러 등을 모아 50만 달러를 조성했다.

BBC는 이날 “구호금이 아이티 인근 국가인 트리니다드토바고 축구협회 계좌로 송금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워너가 이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워너가 당시 트리니다드토바고 축구협회 특별고문으로 일하며 협회의 계좌를 혼자 관리했다”고 전했다.

워너가 구호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은 2012년에도 한 차례 불거졌다. 당시 FIFA는 “아이티 구호성금으로 송금한 75만 달러 중 아이티 축구협회가 실제로 받은 돈은 6만 달러에 불과하다”며 진상조사에 나섰다.

FIFA는 당시에도 잭 워너 FIFA 전 부회장이 연루되어 있다고 판단, 진상이 드러날 때까지 워너에 대한 연금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축구협회도 “이 성금이 트리니다드토바고 정식 계좌가 아닌 잭 워너가 별도로 관리하는 계좌로 입금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워너는 “의혹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의혹을 만들겠지만, 나는 그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워너는 이번 FIFA 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미 사법 당국에 의해 기소된 14명 중 1명이다. 그는 2010년 월드컵 본선의 개최지를 선정하는 2004년 FIFA 집행위원 투표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지하는 대가로 남아공월드컵조직위로부터 1000만 달러(112억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그는 현재 조국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머물고 있다. 인터폴은 워너를 적색수배자로 분류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당국은 “진정 조국을 위한다면 미국으로 가서 재판을 받으라”고 종용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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