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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총재 구로다, 엔저 끝 시사…“엔화 값이 더 떨어지기는 어려워보인다.”

“엔화 값이 더 떨어지기는 어려워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10일 낮 12시30분께 의회에서 한 발언이다. 더 이상 엔저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단순 환율을 기준으로 한 말은 아니다. "실질실효환율(REER)을 기준으로”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날 구로다 발언은 “깜짝 놀랄만한” 발언이라고 미국계 금융그룹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한 외환시장 투자전략가가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실제 구로다의 발언이 전해진 순간 서울 외환시장에선 엔화(100엔) 대비 원화 값이 900원 선에서 907원 선까지 떨어졌다. 엔화 값 상승이다. 달러 등과 견준 엔화 값도 빠르게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엔저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이 속속 계약을 정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오전 한때 2만250선까지 오르다 2만40대까지 떨어졌다.

구로다의 이날 발언은 우발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 의회에 출석해 공식적으로 경제 진단과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와중에 나왔다. 그는 “실질실효환율 기준 엔화 값이 이미 아주 낮은 상태”라며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2008년9월15일)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구로다는 “실물 경제가 회복 추세”라며 “물가가 연 2%까지 오를 때까지 양적 완화(QE)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QE의 추가 확대를 직간접적으로 시사하지는 않았다. 그는 “엔화 가격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구로다가 이날처럼 또렷하게 ‘엔화 값이 아주 낮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는 2013년 3월 BOJ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여태껏 “엔저는 QE의 목표가 아니다”라고만 말해왔다. 이런 그의 입에서 ‘엔저 이제 그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정책 선회로 읽히기 충분하다.

게다가 구로다의 전 자문인 이토 다카토시(伊藤隆敏) 미 컬럼비아대 교수(전 일 재무부 차관보)가 이틀 전인 8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사전에 구로다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똑같은 말을 했다.

이토는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엔화 가치는 지난 40여 년간 평균치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며 “엔화 값이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져 더 내려간다고 상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라다 유타카(原田泰) BOJ 통화정책위원도 이날 "일본 실물 경제를 나쁘게 한 엔고가 이제 거의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토는 일본 최고의 통화정책 이론가다. BOJ가 물가 상승 목표를 2%로 정해 선언하고 통화정책을 펴는 현재 전략을 최초로 제시했다. 하라다 위원은 와세다대 교수시절 "돈을 공격적으로 풀면 디플레이션이 해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인물이다. BOJ 내부에서 '구로다 사단'의 일원으로 통한다. 구로다의 우군이 BOJ 안팎에서 먼저 북을 울려 준 셈이다.

톰슨로이터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달러 상세를 우려했다”며 “오바마와 구로다 발언이 상승 작용할 가능성이 커 상당 기간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로다의 발언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미쓰비시UFJ 외환시장 전략가인 우에노 다이사쿠는“BOJ가 QE를 중단하지 않는 한 엔화 값이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변수다. 미 금리가 인상되면 엔화 값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한 나라의 통화가 무역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환율. 교역국 간 물가변동을 반영한 환율이다. 보통 쓰는 환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명목환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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