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논쟁] 오히려 법치주의 회복하는 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이번의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 아니다. 오히려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따르지 않은 시행령, 즉 행정명령이야말로 위헌이고 위법하다.

 첫째,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행정명령 제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행정명령 제정권은 국회의 입법권과 대등하게 볼 수 있는 행정부의 고유권한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명령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 제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부의 행정명령 제정권은 국회가 법률에 의해 위임할 때 위임해 준 범위 내에서만 성립하는 ‘파생적 권한’에 불과하게 된다. 만약 행정명령이 법에 어긋난다면, 그 자체로 위법이고 헌법 제75조에 위반해 위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자신이 만든 법의 위임 취지에 맞게 행정명령이 만들어졌는지를 얼마든지 살필 수 있는 것이고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어긋나는 행정명령이 발견되었을 때 이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둘째, 국회의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는 삼권분립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 개정안은 현행 국회법의 같은 규정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 등 행정명령이 모법인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러한 사실을 소속 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고 소속 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이번의 개정안은 ‘통보’를 ‘수정·변경 요구’로 바꾸고 ‘처리 계획과 그 결과 보고’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바꾸어 표현만 강화했을 뿐이다. 이제껏 이에 대해 침묵하던 행정부가 갑자기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만 위헌 주장을 들고나온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선진 외국들도 예외 없이 행정명령에 대한 의회의 통제장치들을 두고 있으며 통제의 정도가 우리보다 더 강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이나 영국에서는 행정명령에 대해 의회의 동의나 결의가 있어야 행정명령이 효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와 같이 대통령제 정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삼권분립원칙의 모국인 미국에서도 의회의 행정명령에 대한 통제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1996년 연방행정절차법 개정에서부터는 ‘행정입법 의회심사제도’를 도입해 시행해 오고 있다. 이 제도에 의하면, 연방정부는 행정입법이 발효하기 60일 전에 연방의회와 연방의회 산하 회계감사원에 행정입법안을 제출하고 회계감사원이 연방의회에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후, 상·하 양원의 의결로 행정입법에 대한 합동불승인 결의를 할 수 있으며 이를 대통령에게 송부해 서명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양원의 행정입법에 대한 합동불승인 결의로 행정입법에 대한 강제력 있는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행정명령 통제권도 삼권분립원칙의 모국인 미국에서 위헌시비에 전혀 휩싸이지 않고 있다면,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규정된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는 더더욱 삼권분립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셋째, 법원의 행정명령에 대한 사법심사권도 침해되지 않는다. 국회의 행정명령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 자체가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상실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의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심사권이나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권은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안이 사법부의 사법심사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과거에 행정부가 법률에 근거가 없는 행정명령을 만들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무력화시킨 예가 없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의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 아니라 오히려 ‘행정명령에 의한 지배’에서 ‘법에 의한 지배’를 회복시키는 ‘법치주의의 회복’에 다름 아니라고 믿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