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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기자의 고민 많은 곰디] 강남통신 기자의 '백설공주 왕비' 코스프레



아차!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 출근길엔 향수 뿌리는 걸 잊었습니다. 기본적인 생김새야 어쩔 수 없지만 제 몸에서 혹시 나쁜 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 신경이 쓰입니다. 20대 땐 별 신경을 안 썼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는 의식을 하게 되더군요.

이번주 강남통신 커버는 남자들이 화장품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화장품을 얼마나 쓰나, 왜 쓰나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신문에 게재했습니다.

처음 이 주제를 생각했을 땐 억센 남자가 여러 개의 화장품을 쇼핑하는 장면, 혹은 남자가 화장하고 있는 모습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습니다.

커버 이미지를 고민하면서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남자가 화장품을 사용하고 외모를 가꾸는 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키니 백설공주의 계모 왕비가 떠오르더군요.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을 시기하고 견제하던 왕비도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커버 이미지를 거울을 보고 있는 동화 속 왕비로 정하게 됐습니다. 왕비가 마법거울 앞에서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라고 묻는 장면을 재연하되 그 주인공을 남자로 하기로 했습니다.

컨셉트를 정하고 나니 의상이 문제가 됐습니다. 동화 속 마법사 같은 옷을 구해야 했으니까요. 먼저 코스프레 의상을 대여하는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의상은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군인 느낌의 다른 의상을 빌려 왔습니다. 그런데, 팀원들 모두 ‘노’를 외치더군요. 결국 장시간 인터넷을 뒤져서 컨셉트에 맞는 의상을 겨우 찾아내 대여했습니다.

모델로는 강남통신팀의 최장신인 취재기자가 나섰습니다. 더운 날씨에 옷을 몇 개나 껴입고 촬영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려야 했죠. 장신 때문에 모델로 나섰었는데 실제 지면에는 상반신만 나와 큰 키의 효과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판타지 느낌이 나는 거울을 배경으로 모델의 뒷 모습 사진을 결합해서 1면을 완성했습니다.

2~3면은 1970~80년대 남성화장품 광고와 요즘 꽃미남의 화장품 광고를 비교했습니다. 과거 남성화장품 모델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마초적인 이미지의 주인공들이 대부분입니다. 광고 카피도 ‘성실하게 일하는 남성의 매력’ '사나이의 세계' 등이고요. 지금과는 사뭇 다릅니다. 저는 광고 속 모델 같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내일 아침도 모레 아침에도 계속 거울 앞에 서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남성 독자 여러분도 주문을 외워볼까요. “거울아~ 거울아... ”

※ 이주호 기자의 ‘고민 많은 곰디(곰같은 디자이너)’는 강남통신 제작 과정과 신문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강남통신 이주호 기자 lee.joo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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