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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병인, 병실 상주 땐 감염률 2.9배 … 아프면 서울 큰 병원 찾는 것도 감염병 확산 한몫

지난달 28일 40세 남성이 대전 건양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이 남성을 폐렴으로 진단하고 이 병원 6인실에 입원시켰다. 그는 사흘 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 환자다. 환자도, 병원도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해 보통 환자들처럼 6인실을 사용했다. 이후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 6명 중에 4명, 환자 가족 1명이 감염됐다. 9일 확진된 93번, 94번 환자는 지난달 말 동탄성심병원에서 15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다.

 한방에서 여러 환자를 돌보는 다인실 제도가 국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병상과 보호자 간이침대가 팔이 닿을 정도로 가깝다 보니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구조다. 9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 95명 가운데 55명(55.8%)이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였다. 55명 가운데 알려진 인원만 10명(18%)이 같은 병실을 사용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20명(34%)은 같은 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다. 평택성모병원 감염자 36명 중 상당수가 다인실 입원 환자로 추정된다.

 국내 병원은 다인실이 많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2년 전국 중소병원·동네 의원 154곳을 조사한 결과 6인실이 502개로 가장 많고 5인실(389개), 7~10인실(354개), 4인실(333개)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9월 건강보험이 4인실로 확대되기 전까지 6인실 이상에만 건보가 적용됐다. 안락하고 위생적인 치료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싼 가격 때문에 환자들이 선호했다.

 메르스 확산에는 가족이 간병하고 제한 없이 병문안을 하는 문화도 한몫했다. 메르스 확진자 95명 가운데 환자의 가족·보호자·간병인은 20명(21.1%)이었다. 9명(9.5%)에 그친 의료진 감염자의 2.2배다. 병문안객까지 더하면 일반인 감염자는 32명(33.7%)이다. 실제로 보호자와 간병인이 상주하면 병원 내 감염 위험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안형식 교수팀이 보호자 상주 여부에 따른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조사한 결과 보호자·간병인이 상주하는 일반 병동의 감염률(환자 1000명당 1일 6.9명)이 간병인 없는 포괄간호병동(1000명당 1일 2.1명)의 2.87배였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병원의 앤토니오 크레스포 감염병센터장은 “대부분이 1~2인실인 미국과 다른 한국의 다인실 제도가 메르스 같은 감염병 확산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자 면회를 엄격히 통제하지 않는 점도 지적된다. 외국에서는 병실 출입과 시간이 엄격히 통제되고 간호는 가족이나 간병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간호사가 직접 담당한다.

 동네 의원이나 작은 병원보다 무조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도 격리대상자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간 정보 공유 속도보다 환자들의 이동 속도가 더 빠를 정도”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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