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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한국선 콩팥 공격 드물어 … “치사율 낮은 요인”

치사율은 낮았고, 전파력은 강했다. 지난달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최초 환자가 나왔을 때 전파력은 약하고 치사율은 강하다고 알려진 것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약 3주 동안 한국을 뒤흔든 메르스의 특징과 확산 과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9일 현재 국내 확진환자는 총 95명이며, 사망자는 7명(7.4%)이다. 이런 비율은 전 세계의 메르스 평균 치사율(40.6%, 6일 기준)보다 낮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오기 시작한 초기만 하더라도 ‘걸리면 죽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대신 전파력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차 감염자를 넘어 해외에서 공식 보고되지 않은 3차 감염이 최초로 나왔다. ‘2m 이내 1시간 이상 접촉’이라는 감염 공식도 허물어졌다.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92번 환자(27·보안요원)는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온 6번 환자(71·사망)와 불과 10분간 접촉했는데도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 친구 엄마를 문병한 40대 남성은 30분 면회 시간에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는 14번 환자와 멀리 떨어져 있던 70대 여성이 감염됐다.


 방역당국이 외국의 사례나 통계를 근거로 “환자 1인당 평균 0.6~0.8명을 감염시킨다”고 본 것도 과신이었다. 1번 환자(68)는 30명을, 14번 환자(35)는 37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당초 이런 ‘수퍼 스프레더(전파자)’가 나오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결핵을 앓고 있던 14번 환자에게서 강력한 바이러스가 쏟아진 것이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병원의 환자들에게 주로 번지고 있어 전파력이 높게 나온다”고 분석했다.

 확진환자들의 주된 증상은 열(89.6%)과 기침(34.4%)으로 파악됐다. 대한감염학회가 분석 가능한 확진환자 58명의 상태를 점검한 결과다. 객담(가래)과 근육통(22.4%), 호흡곤란(18.9%) 등의 증상이 뒤를 이었다. 무증상 환자도 1명(1.7%) 있었다. 환자의 절반가량이 입원 후 7일째 되는 날에 열이 사라졌다.

 X선 검사를 받은 환자 중 절반(51.8%)이 폐렴 증세를 보였으며 환자 세 명 중 두 명(63.8%)은 메르스에 걸리기 전부터 만성 폐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45명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고혈압(17%), 당뇨병(14%), 암(12%), 간질환(8.6%), 심장질환(8.6%) 등이다. 16.6%가 중증환자였는데 12%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이들에 대한 치료는 리바비린, 인터페론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와 함께 신장(콩팥)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메르스 감염 이후 신장 기능 이상으로 혈액 투석을 받은 사례는 4%에 불과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메르스 환자 절반이 만성 신부전증을 앓았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와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신장이 건강하다는 점은) 사우디보다 치사율이 낮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향후 나오는 환자를 종합해 관찰해봐야 한국에서 나타난 메르스의 특성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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