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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 기침하는데 메르스 아닌가요”

할머니와 둘이 사는 경기도 부천시 정모(17·고2)군은 9일 점심을 건너뛰었다.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아서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었겠지만 전날부터 학교가 휴업해 집에서 지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정군은 “일단 10일까지 휴업인데 더 길어질 수도 있어 반찬도 아낄 겸 그냥 끼니를 걸렀다”며 “학교가 빨리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르스로 인한 학교 휴업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끼니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경기도는 휴업에 따른 결식 초·중·고생이 2만24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방학 중 결식 학생 점심 공급업체에 도시락 배달을 의뢰하는 등 대책을 세웠으나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전국 1970개 각급 학교(유치원 포함)가 휴업에 들어간 지난 8일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와 각 시·군에 결식 학생 점심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각 시·군은 방학 중 도시락 배달업체에 배달을 의뢰하거나, 식당에서 쓸 수 있는 ‘G드림카드’를 나눠주기로 했다.

 하지만 휴업 이틀째인 9일까지 대부분 학생이 이런 사실을 몰라 도시락 배달 등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안산시의 A업체는 “방학에 도시락을 주던 학생 700명 중 두 명만 신청했다”고 밝혔다. B업체 역시 “600명 중 한 명만 신청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업체 관계자는 “도와 시·군·구, 그리고 각급 교육청이 정작 결식 청소년들에게 점심 지원 신청 방법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조대현 대변인은 “신청을 받는 게 아니라 대상 학생을 찾아서 지원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휴업으로 맞벌이 부부는 고민이 커졌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차영은(39·여)씨는 “휴업은 했지만 학교가 돌봄교실을 운영해 아이를 보냈다”며 “하지만 급식이 되지 않아 바쁜 출근 준비 시간에 갑자기 도시락을 싸게 됐다”고 말했다.

 PC방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9일 오전 11시 수원 정자동의 한 PC방에는 50여 좌석 중 30여 개를 중고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PC방 종업원은 “평소라면 학생들이 없을 시간인데 어제부터 학생 손님이 많아졌다”고 했다. 휴업 기간 학생들의 PC방 이용이 증가하자 서울시교육청은 PC방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규칙적으로 환기를 하며, 이용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해 줄 것 등을 PC방 사업자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학원도 적극 휴강을 검토하고, 휴강하지 않을 경우 학교에서처럼 발열 검사와 손소독제 사용 등을 해달라는 공문을 학원연합회 등에 보내기로 했다.

 대학에서는 기말고사를 앞뒀는데도 도서관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 메르스에 옮을까 걱정해서다.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중앙도서관에서는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평소 자리가 꽉 찼던 것과 대비됐다. 마스크를 쓴 학생이 많았고, 책상 위에 손세정제를 두고 수시로 바르는 모습도 보였다. 성균관대 김희범 학술정보관 과장은 “여느 때 같으면 빈자리를 찾아 학생들이 돌아다니던 오후 2~3시에도 도서관이 북적거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심리학과 4학년 유수민(26)씨는 “도서관에서 옆자리 친구가 기침을 했다가 ‘때가 때이니 기침하실 때 주의해 달라’는 쪽지를 받을 정도로 학생들이 메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온라인 게시판에는 ‘메르스 무서워 학교나 도서관에 안 가면 오버인가요’란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메르스가 겁나 사람이 많은 곳에 안 가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또 ‘개가 기침을 하는데 혹시 메르스 아닌지 모르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상도동 지엔동물병원의 서정욱 원장은 “개·고양이가 메르스를 옮긴다는 인터넷 괴담 때문인 것 같다”며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한 개는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콘돔 판매는 줄었다. 세븐일레븐이 전국 7400여 개 매장의 판매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1주일간 콘돔 판매량은 전주 대비 12.5% 줄었다. 세븐일레븐 측은 “메르스처럼 외부 활동을 자제하게 하는 요인이 생기면 콘돔 판매가 늘어나는 게 보통”이라며 “그럼에도 감소했다는 건 신체 접촉을 꺼린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임명수·이현택·최모란·임지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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