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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프랑스와 ‘워털루 동전 전쟁’

벨기에가 2유로(약 2500원)도 3유로도 아닌 2.5유로 동전(사진)을 발행한다. 분명 유로 동전인데 벨기에 밖에선 못 쓴다.

 동전의 한 면엔 벨기에 남동부 ‘사자의 언덕’과 ‘1815’ ‘2015’ ‘WATERLOO’(워털루)가 새겨져 있다. 200년 전 6월 18일 영국·프로이센(독일의 전신) 연합군이 나폴레옹 1세의 프랑스군을 패퇴시킨 바로 그 워털루 전쟁터를 담은 게다. 동전엔 당일의 전선(戰線)도 새겨져 있다. 그날 패배로 나폴레옹 1세는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됐고 그의 유럽 지배 꿈도 스러졌다. 벨기에는 이 동전을 발행하기 위해 ‘워털루 전쟁’을 치렀다. 당초 2유로의 정상적인 동전을 발행하려고 했다. 18만 개 정도 제작도 했다. 그러나 유통시킬 수 없었다. 당시 패전국인 프랑스에서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동전을 19개 유로권 국가에서 자체 발행할 수 있지만 19개국에서 쓸 수도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서다. 프랑스 정부는 공식 서한을 보내 “프랑스에선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벨기에는 기왕의 동전을 폐기할 수 밖에 없었다. 벨기에가 진 듯했다.

 그러나 우회로를 찾아냈다. 0.1유로부터 1유로·2유로까지의 8가지 법정 액면가가 아니라면 국가가 알아서 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해서다. 2.5유로 동전을 발행하게 된 이유다. 발행량은 7만 개 정도다. 요한 판 오페르트펠트 벨기에 재무장관은 “프랑스를 화나게 하려는 게 아니다. 오래된 갈등을 되살려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근현대사에서 워털루만큼 중요한 전쟁이, 또 상상력을 사로잡는 전쟁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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