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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 그려진 타로카드 골라봐 … 선생님이 도와줄게”

“제 꿈은 얼른 힘이 세지는 거예요. 몸이 커져 힘이 세지면 아버지와 형을 때리고 교도소에 갈 거예요.”

 김정현(가명·14)군은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다. 아버지는 만취한 날이면 각목과 허리띠로 김군을 사정없이 때렸다. 함께 폭력에 시달리던 김군의 형(16)도 분풀이로 동생을 때리는 일이 잦았다. 김군의 가슴속 상처는 몸에 난 상처보다 더 깊숙이 파였다.

 김군은 지난 7일 서울특별시 교육청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 (관악구 신림동 소재)에서 상담을 받는 내내 팔짱을 풀지 않았다. 반항적인 모습이었다. 신성희 센터장이 불쑥 타로카드를 내밀었다. 테이블 위에 78장의 카드가 펼쳐졌다.

 “지금 너의 상태, 가장 미운 사람을 떠올리며 두 장을 뽑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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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뭇거리던 김군은 10개의 검에 찔려 피를 흘리는 남자가 그려진 카드(검10)와 다섯 남자가 몽둥이로 싸우는 카드(막대기5)를 골랐다. 신 센터장이 설명했다. “네가 뽑은 카드는 ‘새로운 시작, 갈등의 봉합’이란 뜻이야. 다시 한 번 카드를 봐.”

 실제로 김군이 자세히 보니 칼에 찔린 남자 너머로 태양이 밝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5개의 몽둥이 끝 부분에도 파란 새싹이 자라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카드를 들여다보던 김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신 센터장은 “당분간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 보라”고 권한 뒤 외부 기관을 연결해 줬다.

 미술교사 출신의 신 센터장은 학교에서 거리로 내몰린 ‘학교 밖 아이들’을 상대로 5년 넘게 타로카드 상담을 해 왔다.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아이들도 타로카드를 뽑으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신 센터장은 “얼핏 보면 잔혹한 그림이 그려진 타로카드의 이면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마치 놀이 같은 상담을 통해 반항적인 아이들이 자신과 대면하고 행복의 욕구를 찾는 법을 배워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타로카드 상담을 받은 아이는 130명에 이른다. 최근 센터를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청소년이 매달 50여 명으로 늘었다. 신 센터장은 문제점을 파악한 뒤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

올해 4월 초 같은 반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학교를 그만둔 정인희(가명·12)양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무관심에다 환청에까지 시달렸다. 5월 초 이곳을 찾은 정양은 어두운 보라색 바탕의 ‘여행’카드를 골랐다. 신 센터장은 “여행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며 “힘들 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을 떠올려라”고 격려했다. 한 달 후 정양은 학교에 복귀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웃음도 되찾았다.

 유영훈(가명·18)군은 새어머니와의 불화로 가출한 뒤 폭행·절도를 저질렀다. 유군은 5월 말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건네는 ‘컵6’카드와 조언·중재자를 의미하는 ‘사제’카드를 뽑았다. 유군은 “사랑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믿을 만한 조언자를 찾아 보라”는 설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아껴 주던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새어머니와의 관계도 회복한 유군은 올 8월 치러지는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학교 밖 아이들은 전국적으로 3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8만 명(22%) 정도만 돌봄센터·외부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재원(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들이 다양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범죄와 탈선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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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